1년여전 발생한 토막살인사건 용의자가 잠적해수사가 답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회사는 용의자가 빼앗아 썼을 가능성이 큰 피해자의 카드대금까지 포함해 피해자 부모에게 청구했다가 일부만 받게됐다. 지난해 3월 16일 충북 제천시 청풍면 야산 입구 골짜기에서 K(당시51세.여)씨가머리와 몸통, 다리 등이 잘린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K씨와 같은 골프동호회 회원으로 가까이 지내던 X씨를 유력한 용의자로지목하고 수사를 펴 X씨가 2002년 12월초 나흘간 K씨와 40여차례 집중 통화한 뒤 할인매장에서 흉기를 구입한 사실과 같은달 16일 K씨의 예금 4천300여만원을 내연녀계좌로 이체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달 17일 X씨가 사고지점 근처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했으며 18일 인근호텔에 투숙한 사실도 확인, 16일을 사건 발생일로 잠정 판단했다. K씨 카드로 16일 전 홈쇼핑과 골프숍, 성형외과 등에서 750여만원이, 16일 이후가전제품과 현금서비스 등 1천700여만원이 결제된 사실도 조사됐다. 하지만 평소 가명을 사용해온 X씨는 경찰 수사망을 벗어나 잠적한 상태. 문제는 K씨의 카드회사가 상속자인 K씨 아버지(80)와 어머니(77)를 상대로 2천500여만원의 카드이용 대금을 청구하면서 생겼다. K씨 부모는 "범인이 신용카드를 빼앗아 사용한 금액까지 갚으라고 하느냐"며 반발했고 법정으로 비화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김일연 판사는 24일 "사건 이후 결제된 금액은 K씨가X씨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증거가 없고 설령 알려줬다 해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태에서 말한 것은 회원규약상 비밀번호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카드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사건발생 전 결제된 750여만원은 "K씨가 X씨와 골프동호회 회원으로 평소가까이 지내온 점 등으로 볼 때 K씨 의사에 따라 결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K씨 부모는 이 금액은 갚으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