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부여 등 문화유적이 산재한 옛도시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주민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고도(古都)보존에 관한 특별법(이하고도보존법)'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주지역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경주시 등은 법안의 제정과 관련, 정부 예산의 뒷받침이 이뤄져야만 문화재도 보존하고 도시개발도 이뤄질 수 있다면서 후속조치를 기대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2001년 11월 김일윤 의원(한나라.경주)이 국회의원 159명의서명으로 대표 발의했던 고도보존법이 27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문광위 관계자는 "고도보존법 통과가 경주를 비롯한 고도지역 주민의 피해 해소및 문화재보존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며 "문화재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고도보존법은 앞으로 시행령 제정에 6~8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2005년부터 전면적인 법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경주.부여.공주.익산을 법조문에 고도로 명시하고, 문화관광부 장관이 문화재 분포 등의 기초조사를 실시한뒤 지자체장과 협의 및 고도보존심의위 심의를 거쳐 고도지역내 특별보존지구와 역사문화환경지구를 지정한다. 특별보존지구는 건축물 신축, 증개축을 포함한 현상변경이 금지돼 문화재 원형보존이 필요한 지구이며, 문화재보존을 이유로 건축허가 등이 불허되는 경우 토지.건물의 소유자가 문광부장관이 지정한 사업시행자나 단체장에게 토지.건물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청구를 받은 사업시행자는 이를 사들여야 한다. 역사문화환경지구는 특별보존지구 주변지역으로 지정되며 문화재보존으로 인해토지.건물을 본래 용도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소유자가 사업시행자에게 토지 등의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국가가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토록 명시해 민족문화유산보존에 대한 국가 의무를 규정했다. 한편 경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 법의 제정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지역민의 고통을 해소할 근거가 마련됐다"며 "막대한 소요예산 확보가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김길웅 박물관장은 "고도보존법의 취지대로만 시행이 된다면문화재보존과 도시개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부의 관심과 예산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신라문화동인회 우병익 회장은 "고도보존법은 한민족 문화의 근원을 형성하는고도지역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해 후손에 물려주는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전망했다. 고도보존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김일윤 의원측은 "이 법의 제정으로문화재가 사유재산권을 제약하는 애물단지가 아니라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고 고부가가치의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도보존법은 일본의 경우 지난 66년에 제정됐으나 한국은 지난 90년부터 경주를 중심으로 추진돼 제 15대 국회에서는 재정 부담의 이유로 폐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주=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