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탄약 수송은 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자위대 이라크 파견 기본계획을 공식 결정한 직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단정적으로 사용한 이 표현의 현실성 여부를놓고 일본이 시끄럽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는게 일본 언론의 지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전쟁하러 가는게 아니라 이라크재건과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무기와 탄약은 수송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총리의 이 발언은 실무진이 준비한 예상 질의응답에 없던발언이다. 자위대원의 안전을 걱정하는 국민여론을 의식해 이라크 재건과 인도적 지원을 강조한다는 것이 의욕이 앞서 너무 나간 셈이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수습에 나섰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10일 "통상적인 무기를 휴대한 병력은 수송할 수 있다"는 말로 총리의 발언을 뒤로물렸다. 후쿠다 장관은 한발짝 더 나가 미군의 치안유지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용품수송도 가능하다고 여지를 넓혔다. 치안유지활동에 필요한 용품과 무기를 어떻게 구분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자위대 이라크 파견의 근거법인 이라크 특별조치법 심의과정에서도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내에서도 `무기와 탄약만을 수송대상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 그랬다가는 신속한 수송에 지장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외무성 간부는 `무기 탄약은 수송하지 않는다'는 총리의 발언을 듣고 "경천동지할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미군의 무기를 수송하지 않으려면 항공자위대는 무엇때문에 파견하느냐는 것이다. 방위청 관계자도 "총리의 말대로라면 항공자위대 수송기는 빈 채로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내에서는 총리 발언 수습을 놓고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외무성측은 "(무기와 탄약은) 당분간 수송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수습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방위청은 "무기를 중심으로 수송하지는 않는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어떠냐는 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다 장관이 10일 기자회견에서 "상식적인 범위의 무장병력 수송은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은 정부내의 이런 분위기를 절충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자신은 10일 "인도재건지원을 위해 가기로 한 기본계획에 따라판단하면 될 것"이라는 애매한 말로 후쿠다 장관의 발언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알듯 말듯한 어법을 구사해 `무기와 탄약은 수송하지 않는다'던 전날 발언에서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이다. 일본 언론은 고이즈미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보였던 `단호한' 자신감이 하루만에 자취를 감췄다고 꼬집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