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택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시장과 신규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한 주택 전문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내년 상반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시장 내·외적인 변수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또 "기존 아파트값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시장에서는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신규 분양아파트의 초기 분양률이 30%대 안팎에 머물면서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하향 안정세 속 신규 분양시장 위축 가격은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띨 것이란 게 중론이다.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끝나야만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건설의 조대호 사장은 "최근 집값은 U자형 곡선의 하락선상에 있는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 어느 시점에서 바닥을 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우미건설의 이석준 부사장도 "내년 초까지는 완만한 하향세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신규 분양시장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되면서 업체들이 초기 분양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우림건설의 심영섭 사장은 "초기 분양률이 30∼40%대로 낮아지고 분양을 끝내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업계획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수건설의 박창호 사장도 "기존 아파트와 신규 시장 모두 상반기까지 조정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초기 분양률을 6개월에 50%로 잡고 수요층이 튼튼한 아파트와 틈새상품인 업무시설 등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변수 속에 실수요자 참여가 관건 주택업체 CEO들은 기존 주택가격,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세금 중과 등의 정부 정책,경기 회복여부,소비자 심리 향배 등을 내년 상반기 주택시장의 변수로 꼽았다. 이 가운데 특히 소비자 심리의 향배가 분양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미건설의 이 부사장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며 "가수요가 배제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시장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일단 실수요자들은 무주택 우선물량 확대뿐 아니라 업체간 경쟁에 따른 금융조건 완화 및 분양가 하향 조정 혜택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건설의 조 사장은 "입지 및 상품성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실수요자들의 선택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림건설 심 사장도 "경기 회복과 소비자 심리 완화가 냉각된 분양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가 내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