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기업공개)시장은 한마디로 "흉년"이었다. 주가는 올랐지만 새로 증권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공모를 실시한 기업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모두 크게 줄었다. 조광재 대우증권 IPO팀장은 "올해 기업공개시장은 외환위기 때였던 지난 1998년이후 가장 저조했다"고 평가했다. ◆공모 규모=올들어 지난 6일까지 거래소 상장을 위해 공모를 실시한 기업은 8개사,공모규모는 2천4백97억원이었다. 그나마 코스닥시장에서 이전하면서 공모한 태경화학과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를 제외하면 6개사,2천2백57억원에 불과하다. 1조2천6백억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5분의 1도 안된다. 거래소 공모가 이처럼 부진했던 것은 대기업들이 상장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했기 때문이었다. 당초 삼성카드 삼성캐피탈 연합캐피탈 LG칼텍스정유 조선호텔 대교 한전기공 지역난방공사 등 굵직한 기업들이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금융회사는 카드사태 이후 상장이 무산됐고 LG칼텍스정유 대교 한전기공 등은 상장일정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코스닥시장 공모는 건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엔 같은 기간 1백42개 회사가 공모를 실시했으나 올해는 58개사로 줄어들었다. 코스닥위원회의 심사가 엄격해진 데다 공모준비기업에 대한 회계감리가 철저해지면서 공모심사 청구회사 숫자가 감소한 탓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예년엔 3백개 이상의 기업이 공모심사를 청구했으나 올해는 1백개사 안팎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증권사별 실적=동원증권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모를 맡아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천6백82억원의 공모를 실시했으며 올해는 1천6백4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동원증권은 팬택앤큐리텔의 단독 주간사를 맡은 것이 1위에 이르는데 큰 도움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주간사실적 2위에 올라 IPO시장에서 약진했다. 한화 굿모닝신한 동양종금증권 등도 순위가 뛰었다. ◆공모주 투자수익률=그렇지만 공모주 투자는 올해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수단이었다.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9천만원을 갖고 계속해서 공모주에 청약했을 경우 8백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산출됐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8.8%로 연4% 안팎인 1년만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배 이상에 이른다. 노기선 메리츠증권 팀장은 "증권사의 공모주대출자금을 활용하거나 가족 명의로 분산투자했다면 투자수익률이 10% 이상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은 웹젠 STX조선 지식발전소 디지털대성 등이 꼽혔다. 공모주 투자수익률 자체는 지난 2000년 50%에서 2001년 20%,2002년 12% 등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노 팀장은 "공모주 거품이 빠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모주가 시장에 상장(등록)된 이후 단기간 주가급등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공모주 투자가 향후에도 유력한 재테크수단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