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데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국가가 바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다. 국내 기업인들이 가장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중국경제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자전거 경제'라 부른다. 그만큼 고도성장 이면에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많은 과제도 안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은 4천8백억달러,우리 돈으로 약 5백60조원이 넘는다. 외환위기 초기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었던 부실채권이 3백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7배나 넘는 규모다. 그동안 실제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업문제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상태다. 최근 중국의 실업률은 10%가 넘어 한국의 세배를 넘는다. 앞으로 중국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내부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국제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다행인 점은 현재 중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후진타오 체제가 이런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2004년에도 중국경제 성장률은 7%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교역국과의 통상마찰 등을 고려해 성장전략을 '균형'쪽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여 성장률은 2003년보다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중국경제가 일정수준 이상의 성장세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외국상품에 대한 견제는 심해질 것이 확실시 된다. 통상 중국 국민들의 1인당 소득이 1천달러가 넘어설 경우 자국 국민과 자국 산업을 끌어 안으려는 귀속성향(Autarchy)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럽경제보다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가 인도와 러시아다. 이미 올해들어 중국의 대체시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인도는 2004년에도 5%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백달러에 불과하지만 우리처럼 소득불균형이 심해 외국상품을 수입하는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중국의 좋은 대체시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 경제도 2004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 하반기 이후 푸틴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다 WTO가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원칙적으로 러시아 가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WTO로서도 세계경찰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러시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러시아가 WTO에 가입할 경우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와의 경제협력이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와 러시아 경제는 협력가능성이 높은 수직적 관계다. 그동안 양국간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던 가장 큰 요인이 대외거래결제가 불안정하다는 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어떤가. 분명한 것은 올해보다 2004년에는 대외여건이 좋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외여건과 따로 노는 차별화 요인인 정부의 주도력 부족과 경제주체들의 패배주의 심리,카드채와 같은 현금흐름상의 문제(minor crisis)가 해결될 경우 4∼5%대의 회복세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