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가경쟁력은 교육의 질 개혁에 달렸다. 다른 경제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시장 역시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교육시장 개방이야말로 최선의 교육개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일본 경제의 국제경쟁력과 인간자본 양성'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 세미나에 참석키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니시무라 가즈오 일본 교토대 교수(경제학)는 안충영 KIEP 원장과 가진 대담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각종 저술활동을 통해 평준화제도를 비롯 일본 정부의 교육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니시무라 교수는 "일본 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인간자본 양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시장도 해외에 개방해 과감한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충영 원장도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하에서는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고급두뇌를 길러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은 관점에서 교육시장 개방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대담내용을 간추린다 △ 안충영 KIEP 원장 =한국과 일본이 요즘 교육평준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획일적 평준화로 인해 교육의 질이 낮아졌고, 그 여파가 경제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 니시무라 교토대 교수 =일본은 지난 1967년 도쿄도(都:광역 도쿄시 일대)가 처음으로 중ㆍ고등학교 평준화를 도입한 이래 전국으로 확대됐는데, 최근 평준화에 따른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평준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저하되자 해외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등 교육비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게다가 평준화로 인해 고교간의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지는 역설적 현상까지 나타났다.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된 사립학교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 안 원장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 국ㆍ공립학교에 대해서도 종전처럼 입학시험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는데, 교수께서는 어떤 생각인가. △ 니시무라 교수 =학교 교육의 자율화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교과운영에서 단위 학교의 자율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학교들이 문부성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데, 이는 학력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중ㆍ고등학교의 입학시험 부활은 학생들의 학력을 테스트할 기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ㆍ공립학교도 이런 측면에서 예외일 수 없다. △ 안 원장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있는가. △ 니시무라 교수 =일본도 비슷한 형편이다. 최근 들어 이공계출신의 소득이 상경계열 등 문과 출신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게 문제다. 문과에 가면 화이트칼라가 되기에 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확산된 것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중 하나다. 이같은 이공계 기피현상 때문에 일본은 기술인력 양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투자금액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 안 원장 =WTO(세계무역기구) 다자간 협상으로 교육분야도 개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에 미국 등 외국의 주요 대학들이 분교를 설립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교육시장 개방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 니시무라 교수 =교육시장이 개방돼 미국의 주요 대학이 일본에 들어와 일본 대학과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한다면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교육시장 개방은 가장 좋은 교육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부성이 이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 걱정된다. △ 안 원장 =교육이야말로 국가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소라는 관점에서 교육개혁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지금 교육시장 개방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새로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도 이런 새 경쟁무대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제 한국도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치열한 세계경쟁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고급두뇌 육성에 힘써야 한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