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행복한 삶'을 그리며 이민을 선택하지만 이민은 '행복'이나 '성공'의 동의어가 아니다. 이민은 일단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란 고통을 강요한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익숙함을 포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이별해야 한다. 대신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고 낯선 사람들을 사귀어야 한다. 교민 사회는 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민사회'가 '한국 사회'와 같을 수는 없다. 이민에 성공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영어 공부부터 자격증 취득이나 창업 준비, 집과 차 구입, 아이 학교 준비, 심지어 아이 예방주사 기록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모두 고생이 된다. 전문가들은 "영주권 취득에만 매달려 이민생활 자체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던 탓에 이민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 언어가 가장 중요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은 언어다. 한국에서 이민온 사람들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 식품점, 미용실 등도 많아 현지 언어를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자녀 진학상담을 위해 교사를 만나야 할 때, 외국인 의사를 만나야 할 때, 잘못된 전기료 고지서가 날아 들었을 때 등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수많은 일상사로 인해 말이 안되는 사람들은 심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언어를 못하면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생업 선택에도 제약을 받는다. 나아가 현지 사회와의 접촉을 기피하게 되면서 지적인 소외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이민간 나라의 사회 일원으로 통합되기 어려워 교민사회내에서 움츠리거나 역이민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이민 대상국 파악 이민 대상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기초적 지식없이 떠난다면 현지 생활이 힘들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현지인들과 사귀어야 이민 생활도 편해질 텐데 그러려면 친분을 나눠야 하고 아무래도 공통관심사에 달통해야 한다. 최소한 역사와 지리, 정치제도, 문화, 스포츠 등에 대해 기초적인 수준의 상식을 익히고 이민을 가는 것이 편하다. 이민을 온 후에는 생업에 지쳐 제대로 배울 기회도 찾기가 힘들다. 이민 1세가 주류사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종차별 탓도 없지 않겠으나 더 큰 원인은 주류사회 구성원과 교감할 만큼 영어실력이 없고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직업 찾기 이민자의 가장 보편적인 생업은 식품점, 식당ㆍ패스트푸드점, 세탁소ㆍ빨래방, 부동산중개, 개인교습소, 한국식품점 등 소형 자영업이다. 그러나 이것들도 현지 사회의 경쟁이 치열하고 현지 상관행을 알지 못해 낭패를 겪는 일이 많다. 또 언어가 안된다면 현지인을 종업원으로 쓰기도 매우 힘들다. 경력이 많고 언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상시고용(풀타임) 근로자로 취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돈을 많이 갖고 이민 간 사람중에는 놀고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이들은 한국에 자주 드나들며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자녀 교육 이민 절차와 생업에 지쳐 자녀 교육에 신경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민으로 인한 충격은 자녀들이 더 클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이민 떠나기 이전에 집중적인 어학 교육은 필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1∼2학년의 한국 학생은 적응에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에 온 학생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언어장애를 겪는다. 언어 적응에 힘들어하는 이민자 자녀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사교육 신세를 지는 일도 보편적이다. 이밖에 '무조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편법으로 이민을 원하는 시람들이 종종 '악덕 이민 브로커'에게 걸려 재산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이민에는 최소 1∼2년이 걸린다는 생각을 갖고 현지법과 절차에 따라 신중히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