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3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8일 이승엽, 마해영, 김종훈(이상 삼성), 성영재, 유지현(이상 LG), 진필중, 허준(이상 기아), 조규제, 박종호, 이숭용(이상 현대), 장원진, 정수근(이상 두산), 조웅천(SK), 이상목(한화), 가득염(롯데) 등 모두 15명이올 시즌까지 만 9년을 채워 새로 FA 자격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이외에 김동수(현대)도 FA를 선언한 지 4년이 지나 이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자격을 얻게 됐다. 이들은 한국시리즈 폐막 5일이 지나는 오는 30일부터 일주일 내에 FA 선언 여부를 통보해야 하며 그중 자격을 행사하기로 한 선수들은 3일간 명단이 공시된 이후다음달 10일부터 2주일 동안 소속 구단과 우선 협상을 갖는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이번 FA 자격을얻는 선수 가운데 진필중, 정수근, 이상목, 마해영, 조웅천, 박종호, 이숭용 등 스타급 선수들이 많아 이들의 향후 진로에 스토브리그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신청기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대다수의 소속 구단들은 이들이 거의 FA를 선언할 것으로 보고 팀 전력약화를 막기 위해 재계약을 노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속구단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제도적 여건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이들을 향해 뻗쳐올 유혹의 손길이 뜻밖의 결과를 낳게 할 가능성도 높다. 우선 FA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원 소속구단에 해당 선수 연봉의 300%와 20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 1명, 또는 선수 보상없이 연봉의 450%를 지급해야 한다는규정이 이들의 시장가치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올 시즌 15승7패(방어율 3.54)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잦은 부상과지난해 부진(0승7패)으로 연봉이 6천500만원에 불과한 이상목은 선발투수 보강을 노리는 팀들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구단으로서는 소속 선수를 잃지 않고도 한화에 2억9천200만원만 지급하면이상목을 데려올 수 있기 때문. 한화의 한 관계자는 "이상목이 송진우, 정민철과 함께 선발로테이션에 남아주길바라지만 보상 금액이 적어 다른 팀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38홈런 123타점을 때려낸 강타자 마해영은 올시즌 3억8천만원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구단이 마해영을 데려가려면 선수 본인에게 주는 계약금이나 연봉을 제외하고도 보상금으로만 삼성에 최대 17억1천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다. 또 현재 톱타자와 내야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단이 많다는 시장 상황은 해당 스타들의 몸값을 높여 유니폼을 갈아입게 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발빠른 톱타자이자 최연소 FA인 정수근(26)은 이미 비공식적으로 6년간 44억원을 바란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두산에서는 "남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무리한 요구라면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 우승멤버인 박종호는 포지션이 2루수인 데다 스위치히터라는 장점을 갖고있고, LG 톱타자로 활약해온 유지현은 2루와 유격수 모두 뛰어난 수비를 자랑해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