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중인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마침내 수용자집단 탈주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이번 탈주 사태는 올들어 불법체류자가 30만명을 돌파했지만 그간 체계적인 관리 대책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온 외국인 보호정책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 불법체류 외국인 수용실태 = 국내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을 수용하는 시설은경기도 화성에 있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와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보호소 등 2곳이다. 90명 정원인 여수외국인보호소는 주로 선박으로 서해안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밀입국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활용되고 있어 본격적인 의미의 외국인보호소는 화성이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연건평 2천500여평에 3층 건물로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성 외국인보호소는TV와 샤워시설, 체력단련장, 종교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100여명의외국인이 출국을 앞두고 수용돼있다. ◆ `탈주사태' 왜 일어났나 = 탈주 동기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보호소의 처우에 불만을 품은 수용자들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일단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언어적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에다 문화적 이질성까지 겹쳐 집단 수용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보호소내 처우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다 보면 통제불능 수준까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보호소는 그간 수용자에 대한 구타 및 가혹행위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특히 올해초 외국인 수용자의 진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비록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보호소내 소란.난동 등을 사유로한 계구 사용이나 독방 수용 및 음식, 운동, 숙박 등 처우 등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때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에게 악명이 높았던 과거 일본의 오무라 수용소를 둘러싼 논란이 이제는 우리 땅에서 다른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통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 체계적 관리대책 시급 = 현재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 범죄자나 불법체류자가강제추방에 앞서 잠깐 몸을 의탁하는 곳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를 잠시 거쳐가는 대기소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킬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용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해 단기간이라도 강제송환에 따른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외국인 수용자 중에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다 불법체류 신분이 된 사람도 많은 만큼 이들의 처지를 감안한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내국인 고용주와 체불임금 등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강제출국 유예가 늘고 있는 가운데 보호소내 관리인력이 부족한 현실도 시급히 개선돼야할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의 경우 경비직원은 총 20명이나 경비용역업체 직원 11명과공익근무요원 3∼4명을 빼면 법무부 정식 직원은 간부까지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이들 역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데다 다언어적 환경에서 겪는 의사소통 장벽과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통제의 어려움 등 애로를 호소하고 있어 수용자 개개인에 대한 불만을 적절히 조정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게다가 외국인보호소를 무단 이탈한 수용자에 대한 처벌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것도 또다른 탈주 사태를 부추길 수 있는 제도적 맹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