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중순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에 대한 병합심리 첫 공판이 26일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주재로 열렸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재미 사업가 김영완(50)씨가 미국서 보내온 진술서 내용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박 전장관에게 비자금 수수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김영완씨가 보낸 진술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국민의 정부 시절 언론사간부 등과 만나 식사를 한 뒤 부장급은 500만원, 차장급은 300만원씩 봉투를 돌리는등 1회 식사비용이 5천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 있다"고 공개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한 일도, 언론사 간부들에게 봉투를 준일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은 또 "당시 200만~300만원에 이르는 식사비용을 운전기사 노모씨를 통해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했으며 수표를 사용한 일은 거의 없다는 식당 주인들의 진술이있다"고 추궁했고, 박 전 장관은 "현금은 부피가 커서 운전기사에게 지불을 맡겼고 수표로 직접 지불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장관은 언론사 인사들과의 식사 빈도에 대해 "1주일에 점심.저녁을 합해 평균 4~5회 가량"이라며 "언론사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때도 있고 일선기자들 20여명을 한꺼번에 만날 때도 있었다"고 답했다. 검찰이 돈의 출처가 현대 비자금 아니냐고 묻자 박 전 장관은 "판공비와 윗분들이 주신 돈"이라고만 답했으나 '윗분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그냥 "죄송하다"며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김영완씨의 진술을 근거로 "당시 김씨에게 맡긴 비자금은 광주지역에서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한 자금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박 전 장관은 "돈을맡긴 일도 없고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후 모시고 외국에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의원출마도 고려치 않고 있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이익치 전 회장이 특검에서 '2000년 4월 박 전 장관이 알려준 서울P호텔 토파즈홀에 처음 가서 15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건넸다'고 말했다"며 "평소 술을 마시지도 않고 토파즈 홀이라는 룸의 존재도 모르는 이 전 회장이박 전 장관의 상세한 위치설명을 듣고 그곳에서 만나 CD를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몰아세웠다. 박 전 장관은 "그곳은 밖에서도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룸'이라 하기 어렵고 이전 회장을 그곳에서 만난 일도, CD를 받은 일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이 전 회장이 2000년 4월 이후에도 박 전 장관과 수차례 만난 것으로보아 '배달사고'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김영완씨와 이 전 회장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제가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10일 오후 3시.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