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태풍은난생 처음입니다. 정전이 된데다 전화도 불통되고 수돗물마저 공급이 안 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초강력 태풍 `매미'로 전국 143만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겨 부산과 울산.경남, 대구.경북, 전남, 제주 등 남부지방 약 500만명의 주민들이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불안에 떨며 공포의 밤을 보냈다. 특히 울산.온산공단과 여수, 대구 성서공단 등에는 정전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어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났으며 고리.월성원전 등 상당수 원전도 가동이 중단됐다. ◇ 143만가구 정전 = 12일 오후 4시께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에서는순간최대 초속 42.7m의 강풍이 불면서 가로수와 전주가 뿌리째 뽑히고 대형 간판들이 날려 전깃줄을 끊어버렸는가 하면 변압기가 떨어지거나 폭발했다. 이에따라 순간정전 20만 가구를 포함해 53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한 때도시의 절반이 암흑천지로 변했다. 또한 부산지역 수돗물의 90% 가량을 공급하는 매리.물금취수장과 덕산.화명정수장도 정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면서 4시간이상 부산시내 100여만가구에 수돗물이나오지 않았다. 울산지역도 한전선로 120개 가운데 40%인 48개 선로가 끊어지고 변압기가 고장나 15만여가구가 암흑 속에서 고통을 겪었다. 경남지역도 태풍이 상륙한 사천지역을비롯해 남해와 마산 등 도내 전역에서 전신주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기면서 55만3천여가구가 정전됐다. 대구와 경북지역도 19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으며 대구 동구와 수성구 지역에는 정전에다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전화도 불통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제주와 전남지역에서도 정전사태가 발생, 수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대구 동구 방촌동에 사는 주부 박모(30.여)씨는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한 곳에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 데 전기공급과 수돗물 공급이 동시에 중단돼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불안에 떠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 공장가동 중단 = 태풍 `매미'가 울산.온산 및 여수공단을 1시간 정도 정전시키면서 S-oil, SK, 금호P&B 등 34개 석유화학업체들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히는 등남부지방 석유화학공단에 큰 타격을 주었다. 온산공단내 ㈜S-oil은 12일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정전돼 정유공장과 자이렌센터 등 공장 9개의 가동이 멈춰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울산공단내 SK㈜도중질유 분해공장 등 2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수공단에서도 12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정전이 되면서 스팀밸런스 이상으로금호미쓰이화학, 대성산소, 금호석유화학, LG석유화학 등 14개 공장이 멈춰 30억-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대구 성서공단에서도 12일 오후 10시를 전후해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을 지나는대명천이 범람, 20여개 공장이 일부 또는 완전히 침수됐으며, 특히 성서공단에서 발생한 오.폐수를 처리하는 '성서공단 환경사업소'가 침수돼 공단의 정상가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 원전가동 중단 = 12일 오후 10시15분께 고리원전 3.4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에의해 원자로와 터빈 발전을 정지한데 이어 고리 1.2호기도 같은 원인으로 13일 0시16분께 발전정지했다. 월성원전 2호기는 12일 오후 11시17분께 태풍의 영향으로 주변압기에 이상이 생겨 터빈이 정지됐고 발전소 안전을 위해 30여분뒤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 월성 1호기는 악천후 등 불안정한 자연조건에 따라 원자로 출력을 92%까지 낮춰운전중이다. 이밖에 울진원전 4호기는 지난달 31일부터, 월성원전 3호기는 지난달 26일부터각각 계획예방정비에 착수해 가동이 멈춘 상태다. 이에따라 국내 전체 발전 에너지원의 41.7%를 차지하는 원전 18기중 8기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측은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어, 정전되는 순간 보호계전기가 작동, 전원을 자동 차단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완전 복구에는 2∼3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대규모 정전 왜 발생했나 = 한전은 이번 태풍이 집중호우 외에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0m에 이른 강풍을 동반한 것을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강풍으로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전선을 끊거나 하천 범람과 도로 유실.산사태 등으로 전주가 유실되면서 정전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 도시 지역에서는 상가에서 떨어진 간판이 바람에 휩쓸려 다니면서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결국 이번 태풍이 워낙 강한 태풍이었던데다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바람에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피해가 속출했다는 것이 한전측 설명이다. 한전은 피해가 심한 경남 거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13일중으로 대체 선로를 통해 전력 공급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 기의 송전 철탑이 무너지는 등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일부 지역은 시설 복구에 2∼3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전은 덧붙였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moon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