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洵勳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 지난 달 22일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주관으로 경제 성장 엔진 선정 발표가 있었다. 10개의 산업 분야가 선정됐고 이 분야들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여 부가가치 생산액이 2007년에 99조원, 2012년에 1백69조원이 된다는 예측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은 이제부터 수립해야할 것이다.발표 자체는 추진 계획이라고 했지만 아직 산업 전반의 발전 추세가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계획은 매우 유연하게 그때 그때 시장 상황에 맞추어 나가야 현실적이다. 지난 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추진해 온 G7 프로젝트의 마감 세미나도 8월 29일 제주도에서 열렸다. 사업비가 3조6천억원이 투입됐고 총 9만여명이 투입된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였다. 부가가치 생산액이나 국민총생산 기여도 면에서는 당초 예측에 못 미쳤으나 교육 훈련이나 연구 개발 관리면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 틀림 없다. 이번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은 좀 성격을 달리하나 의욕적인 면에서는 다름이 없다. 일본이나 미국 경제가 일단 주춤하는 이유의 하나는 과도한 연구 개발 투자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실리콘밸리의 광대역 LAN은 한국 시장을 쳐다보고 있고 일본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투자는 한국 시장에 와서야 빛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 인텔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아예 한국에 와서 개발한다고 한다. 우선 위의 산업 목록을 일본이나 중국에서 만들었다 해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목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개 한개의 산업을 어떤 경쟁 전략을 가지고 누가 추진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이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시장을 잘 알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주도해야 하고 일본과 중국과의 차별화를 하여 정면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유스런 활동을 하도록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역시 대답은 분명하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시장 경쟁이 자유스럽게 이루어 지도록 해야하고 유능한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 두 번에 걸친 경제 세미나에서 외국의 저명 학자들이 제시한 해결책이다. 그러면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우리가 내세우는 성공 사례인 CDMA 이동통신이나 ADSL광대역 망 확산에서 시작은 수익성의 동기가 없는 정부에서 공익을 위해 공무원들이 애국심으로 시작했다. 후에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평가할 수 없었던 민간 기업이 보호된 국내 시장을 겨냥해 정부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아 수익성 사업으로 성공해 추진한 사례들이다. 10개의 차세대 성장 엔진 사업의 시장 리스크를 평가해 수익성 사업으로 추진할 기업은 있는가? 이 사업에는 보호된 내수 시장도 없는 셈이다. 정부에서 공급하는 인력도 특정 기업에 맞춘 교육을 받은 인재가 아니라 과거 수년간 이공계를 기피하고 평준화된 대학 교육을 받은 경험 없는 인재다. 이런 여건에서 과거 수년간 산업 투자를 피해 온 우리 기업들이 챔피언이 될 수 있는가? 또 정부는 지난 시대처럼 타기팅 전략으로 특정 기업을 선정하고 그 기업에 시장 보호나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하는가? 차세대 성장 엔진은 시장의 평가와 인력 공급에 대해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일본 중국과 다른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민간기업의 시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경쟁 기준을 마련해 민간 기업의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 국제 경쟁을 위해 차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장은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통해서 정부가 수립해야 하며 선례가 없이 변화하는 시장을 목표로 하는 인재를 정부가 양성해야 한다. 재정경제부를 위시한 12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차세대 성장 동력 추진 계획'은 우선 정부의 역할이 과거와는 전폭적으로 다르게 개편되지 않고는 집행할 수 없다. 기존 시장에서 시장 경제에도 생소한 우리가 어떻게 변화할 지 매우 불확실한 차세대 시장에서 신성장 산업들이 경쟁력 있게 태어나기 위해 참여 정부의 혁신 폭은 어느 때보다도 크고 획기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