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다른 어느 나라의 CEO들보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그만큼 한국 기업인의 경영의욕을 꺾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의가 입수해 7일 공개한 다국적 종합컨설팅사인 엑센츄어의 세계 22개국(사회주의국가 제외) CEO 대상 설문조사(2001년)에 따르면 한국의 CEO 가운데 70%가 "국민이 기업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정치가들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기업의 투자가 저조했던 브라질(53%)과 아르헨티나(55%)도 한국보다 낮았다.


이들 나라 국민의 기업에 대한 정서가 한국보다 호의적인 셈이다.


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네덜란드에선 CEO의 응답비율이 13%에 불과했다.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는 각각 18%와 28% 수준이었다.


그만큼 반기업 정서가 덜하다는 것이다.


상의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분석한 '우리나라 반기업 정서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이 성장을 지속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반기업,반기업인 정서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상의는 반기업 정서가 외환위기 이후 결정적으로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부른 외환위기가 한국경제 전반의 시스템 부실에서 기인했는데도 이를 전적으로 기업책임으로 몰아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의 잘못을 들추어내면서 일벌백계식으로 기업인을 처벌했던 정부의 과시성 기업정책 관행도 반기업 정서가 뿌리내린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건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기업인들이 반기업 정서로 매도당해 기업할 의욕을 잃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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