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공회는 5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진 로빈슨 신부를 뉴햄프셔 교구의 주교로 공식 인준했다. 미 성공회 교구에 동성애 성직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도 주교로 정식 임명 된 것은 로빈슨 주교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미국 성공회는 로빈슨 신부의 주교 인준에 반대한 보수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함은 물론 전세계 성공회와의 관계를 단절당하거나 교단이 분리될 위험을 안게 됐다. 성공회 총회는 로빈슨 신부에 대한 성적 비행 주장에 따른 조사를 위해 투표를 연기한지 하루만인 이날 표결을 실시, 그를 뉴햄프셔 교구의 주교로 공식 승인했다. 로빈슨 신부에 대한 혐의는 투표 수시간 전 해소됐다. 프랭크 그리스월드 수좌주교는 표결 결과 찬성 62표 대 반대 45표로 로빈슨의 주교 선임을 인준했다고 발표했다. 미 성공회 교단의 보수파들과 전세계의 7천700만 성공회 신자를 대표하는 해외주교들은 로빈슨의 주교 인준은 성공회 교리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발해왔으며, 인준이 강행되면 교단이 분리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이에 대해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는 "로빈슨 주교 인준은 세계 성공회에 불가피하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예측하는것은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태 전개를 우려하는 교계 전반의 우려와 요구를 경청하고 이해하며 고려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보수파들이 탈퇴결정을 내리면 성공회에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교구민들은 교구로부터 탈퇴하고 동성애를 지지하는 성직자에 대한 인정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나 완전한 결별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분파가 될 경우 무엇보다 교구재산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일어나고 미국성공회의 세계적 영향력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보수파들을 대표하는 미국성공회위원회는 앞서 4일 대의원들이 로빈슨의 선임을 승인하면 반대자들은 오는 10월 '긴급회의'를 열어 차후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니애폴리스.런던 AP.AFP=연합뉴스) jkson@yna.co.kr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