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들은 17일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고의적으로 낮추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정부 당국에 공식 요청했다. 공화당의 엘리자베스 돌과 린지 그레이엄, 민주당의 찰스 슈머와 에번 베이 등 4명의 여야 의원들은 이날 존 스노 재무장관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재무부는 중국정부가 인위적 환율조작을 통해 미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나아가 국제통화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원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은 "위안화 가치가 1994년 이래 달러당 8.276~8.280위안 수준에 고정돼 있으나,막대한 외환보유액과 무역흑자 등 중국의 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이같은 위안화 가치는 실제보다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미 제조업체들이 지난 35개월간 종업원을 대폭 감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정부의 인위적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상품이 미국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미 경제불황을 중국탓으로 돌렸다. 현지 전문가들은 스노 장관이 최근 중국정부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가한 점을 감안할 때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판명되면 미국은 슈퍼 301조를 동원, 수입제한 및 고율 관세부과 등 대중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는 수출확대를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중국정부가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과 관련, 위안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현행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는 대신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미국 요구에 화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환율변동 확대폭과 그 시기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