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윔블던테니스대회(총상금 937만3천990파운드)가 23일 밤(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개막, 2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1877년 아마추어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는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열리는 데다 흰색 유니폼 착용을 의무화하고 시드도 전적으로 세계랭킹에 의존하지않고 잔디코트 성적 등을 감안, 배정하는 등 독특한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레이튼 휴이트(호주)와 세레나 윌리엄스(미국)가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는 지와3번째 도전장을 던진 이형택(삼성증권)이 어디까지 선전할 수 있는 지 등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벨기에의 '쌍두마차'인 쥐스틴 에넹, 킴 클리스터스가 '테니스의 여제'로 불리는 세레나와 비너스 등 윌리엄스 자매와 펼칠 대결도 흥미를 모으고 있다. ◇남자부, 4년만에 한해 그랜드슬램 다관왕 탄생할까 남자테니스는 99년 앤드리 애거시(미국)가 프랑스오픈과 US오픈을 제패하며 두차례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이후 한해 그랜드슬램대회에서 2관왕 이상을 허용하지않는 등 '춘추전국'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다관왕 배출불허의 벽은 다시 애거시가 허물 공산이 크다. 올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33세의 최고령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으나휴이트에 밀려 2번시드를 받은 애거시는 호주오픈에서 우승, 또 하나의 메이저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을 높였다. 올 4개의 타이틀을 따는 동안 30승4패를 기록한 애거시가 우승하면 92년 이후 11년만에 대회 통산 2번째 정상에 서게 된다. 또 프랑스오픈을 차지한 3번 시드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랭킹 3위)도메이저 2관왕의 꿈을 키우며 호흡을 고르고 있다. 그러나 톱시드를 받은 랭킹 2위의 휴이트도 대회 2연패로 올 첫 그랜드슬램 우승컵에 포옹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 이형택.조윤정 '동반 출전' 지난해 한국선수 최초로 2회전에 올랐던 세계랭킹 56위의 이형택은 첫판에서 랭킹 5위로 4번 시드인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맞붙는다. 둘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한번도 격돌한 적은 없지만 페더러가 잔디코트인 게리웨버오픈을 포함해 올해 4승을 따낸 강자여서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1월 아디다스인터내셔널 결승에서 당시 랭킹 4위의 페레로를 꺾고생애 첫 ATP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때 처럼 주무기인 스트로크가 위력을 떨치고 서브리턴이 안정되면 해볼만하다는 분석이다. 험로가 예상되긴 하지만 3연속 윔블던 무대를 밟게 된 이형택이 선전을 거듭, US오픈 16강 신화를 재현해 줄 것을 국내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여자부의 조윤정(삼성증권.랭킹 47위)은 랭킹 112위의 크리스티나 토렌스 발레로(스페인)와 1회전에서 대결한다. 역시 둘 간의 전적은 없는 가운데 투어 통산 2회 우승의 토렌스는 한때 랭킹이32위까지 올라갔으나 최근에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는 등 하락세가 뚜렷, 조윤정의 승리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1회전을 통과하면 6번시드의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와 정면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벨기에 낭자들이냐, 윌리엄스家의 기세냐 지난대회 여자부 챔피언인 세레나 윌리엄스가 올 호주오픈 우승으로 '세레나슬램'을 달성할 때 까지만 해도 그녀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거침없던 질주는 프랑스오픈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에넹에 무릎을 꿇으면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행진이 '4'에서 중단됐기 때문이다. 세레나는 당시 "경기 초반 관중들의 야유와 환호로 걷잡을 수 없이 분위기에 휩쓸렸다"며 눈물을 흘렸던 터라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세레나의 언니로 2000년과 2001년 대회 정상에 올랐던 4번시드 비너스 윌리엄스도 2년만의 정상탈환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 자매는 대진상 다른쪽에 위치, 또 한번의 그랜드슬램대회 결승 격돌이 가능한 상태다. 프랑스오픈에서 같은 나라의 킴 클리스터스를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왕관을 쓴 에넹(2번시드)은 올 들어 기량이 일취월장, 전문가들로부터 세레나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휴이트의 연인으로 유명한 클리스터스(3번시드)도 상승세를 무기로 첫 단식 메이저타이들을 움켜쥔다는 각오여서 윌리엄스 자매와 벨기에 낭자들의 불꽃대결은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불참하는 스타들 이번 대회에는 유명 스타들이 부상 등으로 나오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있다. 96년 남자 단식 우승자인 리하르트 크라이첵(네덜란드)은 팔꿈치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고, 2001년에 정상을 밟았던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도 부상 여파로 코트에 서지 않는다. 여자부에서는 테니스의 요정이자 윔블던 최고 인기선수인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가 허리부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이밖에 7번 우승컵을 안았지만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좀체 코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피트 샘프라스(미국)는 은퇴를 공표하지 않았음에도 89년이래 처음으로 윔블던에 출전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