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가 매각 반대를 주장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가기 직전 조흥과 신한지주 간 막후 합병협상이 극비리에 열려 주목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조흥은행 파업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가 대등합병과 고용보장 등 조흥측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노조에 파업중단을 설득할 수도 있어 양측의 협상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주선으로 조흥은행과 신한지주 경영진이 마주앉은 것은 18일 새벽 2시께.조흥노조가 전국의 조합원 4천여명을 본점에 집결시켜 집회를 열고 파업 의지를 다지고 있던 때다.


조흥 노조의 움직임이 지난 17일 밤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재정경제부는 급히 홍석주 조흥 행장과 최영휘 신한지주 사장을 불러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합병 방안"을 협상토록 했다.


이날 오후부터 노조원들에 의해 퇴근을 저지당하고 있던 홍 행장은 새벽 1시께 노조의 양해를 구해 행장실을 겨우 빠져나와 시내 모처 협상장으로 향했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유인수 예보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최영휘 신한지주 사장과 마주앉은 홍 행장은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합병 조건" 5~6가지를 요구했다.


최우선 요구는 조흥 직원들의 고용보장.이를 위해 홍 행장은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면 즉시 대등 합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신한지주는 인수후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둔뒤 2년후 신한은행과 합병하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그 경우 조흥은행의 "힘"이 빠져 결국 피인수합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수 직후 대등한 입장에서 즉각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조흥은행측 요구였다.


홍 행장은 또 대등 합병시 통합은행의 브랜드로 "조흥"을 사용하고 행장도 조흥은행 측에서 맡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측은 인수후 즉시 합병하는 것과 통합은행의 명칭으로 "조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은행의 행장도 조흥측에서 맡는 데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대신 신한측은 조흥은행 인수후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2년간 자회사로 두되 신용카드와 전산부문 등은 먼저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첫 협상에서 양측이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조흥 매각 과정에서 양측 경영진이 처음으로 대면해 합병협상을 벌인 것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결국 조흥은행이 신한지주에 매각된다면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고리는 고용보장 등 조흥과 신한은행의 합병 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양측의 협상결과에 따라 노조 파업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신한과 조흥은행의 합병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노조 파업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도 조흥과 신한지주간 막후협상을 통해 노조를 설득할 만한 "원만한 합병방안"이 나오도록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한지주측과 대등합병 조건들에 합의하더라도 노조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조흥은행 경영진이 노조를 어떻게 설득해 파업을 풀지는 과제로 남는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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