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의 7년차 내야수 문희성(30)이 그동안의 뒷전에 밀려났던 설움을 불붙은 홈런포로 달래며 새로운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 97년 두산의 전신인 OB 유니폼을 입은 뒤 1루수 백업요원으로만 가끔 타석에 올랐던 문희성이 어렵게 꿰찬 주전 기회를 살려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장타력과 매서운 타격감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문희성은 국내선수 중 최장신(195㎝), 최고 체중(110㎏)의 거구로 뒷 모습만 봤을 땐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서 성공 신화를 이뤄가고 있는 `빅초이' 최희섭(195㎝, 110㎏)이 국내에 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메이저리그에서 30홈런 이상을 3시즌이나 기록한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라울 몬데시의 파워를 갖췄다 해서 동료들로부터 `문데시'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지난해까지 문희성의 활약은 초라했다. 장거리포를 쏘아올릴 수 있는 파워에도 불구하고 배팅 정확성이 떨어져 상대투수들의 변화구에 삼진 당하기 일쑤였고 지난해까지 6년간 고작 165경기(시즌 평균 27경기)에서 통산 10홈런 등 타율 0.254(280타수 7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슬러거로 이름을 날렸던 타이론 우즈(98년 홈런왕)와 우즈 대신 영입된용병타자 마이크 쿨바에 밀려 1루수 백업 신세였던 문희성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우즈가 재계약에 실패한 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로 옮겨갔고 쿨바도 `공갈포'로 판명나 지난 12일 팀에서 방출됐기 때문이다. 문희성은 어렵게 잡은 주전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지난 14일 롯데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고 15일 같은 팀과의 경기에서 홈런 1개 등 5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또 17일 한화전에서도 1-0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4회초 결승점이 된 솔로아치를 그린 뒤 8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때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의 불꽃 활약으로 8-1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바닥을 치던 두산은 문희성의 맹활약에 힘입어 14일 롯데 더블헤더 2차전 이후3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7위 롯데를 1게임차로 추격, 꼴찌 탈출 희망의 불씨를 살릴수 있었고 김인식 감독도 이런 문희성에게 강한 믿음을 보내고 있다. 문희성은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 부족했던 정확성을 보완했고 타석에 나설 때마다 최훈재 타격코치의 지시대로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인 배팅을 하다보니 방망이가 잘 맞는 것 같다"며 불방망이의 비결을 살짝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