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경제현안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양국은 FTA에 관해 민간 차원에서 수년간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정부 차원의 협상은 아직 없었다. 일본이 적극적인 반면 한국 정부는 부품·소재산업 등의 경쟁력 열세를 의식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을 수행하는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돼 정부와 산업계의 컨센서스를 도출한 뒤에나 정부차원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TA가 장기적으론 일본 기업의 투자유치 등 국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국간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FTA논의 어디까지 왔나 한·일 양국은 작년 7월부터 5차례 열린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통해 FTA의 경제적 효과를 검토해왔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 실무진들은 FTA를 체결하더라도 단번에 관세를 철폐하지는 않기로 의견 접근을 했다"며 "민감한 품목에 관해선 10년 혹은 그 이상 관세 유예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지난 달 27일 도쿄에서 처음 비관세조치(NTM) 협의회를 열어 양국의 비관세조치를 사안별로 검토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기업의 활동에 지장을 주는 비관세조치를 완화 또는 철폐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심각한 대일 무역적자가 걸림돌 정부와 산업계가 일본과의 FTA체결에 소극적인 것은 일본 상품이 무관세로 수입되면 기계류나 부품·소재 등 국내 산업이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대 일본 무역적자 누계가 무려 1천9백20억달러에 이른다. 올 1∼4월중 대일 적자는 60억6천만달러에 달했다. 사상 최대 대일 적자를 냈던 지난 96년 같은 기간보다 12억5천만달러나 많다. 반면 한국의 대일 수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대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19.4%에서 95년 13.6%, 2001년 11%로 떨어졌다. 양국간 최대 교역품인 반도체도 한국은 작년 15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안호용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대 일본 수입 품목 중 상당 부분은 관세율에 비탄력적이어서 관세율이 점진적으로 철폐되면 일본 상품이 대량 수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자면제협정 등도 논의 정부는 양국 국민이 비자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하자고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비자면제시 일본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더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를 감안,우선 기업인의 비자면제라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양국은 상대국에 체류하는 자국인의 사회보장세를 면제해 주는 사회보장협정 체결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