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의 `용인 땅' 거래와 관련, 대선이후 땅 매매 및 노인복지시설 건립추진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땅매매와 사업추진이) 어떻게 됐는 지 초점을 맞춰서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99년 구성택지개발사업이 확정된 이후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대선을 전후해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특히 작년 7월 이씨 형제 임야의 형질변경 허가가 나 보존임지로서개발이 제한된 산 속에 5채의 농가건축이 진행되기 시작한 때부터의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고 온 김문수 기획위원장은 회의에서 "이 지역은 수도도 전기도없으며 택지개발 경계선으로부터 70m나 떨어져 있어 실버타운 건설을 위한 진입로개설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기명씨와 이기형씨가 집을 짓도록 땅을 내준 배경, 특히 이기형씨의 경우 자기집 세입자인 김모씨에 대해 다른 4명(560㎡)보다 두 배 가까이 큰 1천㎡ 크기로 집을 짓도록 땅을 내준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농가건축 허가를 계기로 이씨 형제들이 자기들 소유 임야에 대한 진입로확보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명산업개발의 실소유자라고 청와대가 밝힌 윤동혁씨가 개입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공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께 윤동혁씨가 `이씨와 친분이 있는사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방문, "이기명씨 소유의 땅이 맹지가 돼서 재산권 행사가어렵다"며 구성지구와의 연결도로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기명씨가 진입도로 개설과 관련,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2002년 11월25일, 12월26일보다 앞선 것이다. 더욱이 이는 이씨가 1차 계약자에게 용인 땅을 판 2002년 8월29일보다도 나중이다. 한나라당은 올해 3월 `용인 땅'을 계약한 윤씨가 이미 이 때부터 이씨와 관련된업무를 `대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씨의 역할에 주목하고있다. 한나라당은 또 1차 계약을 통해 땅을 판 이씨가 작년 11월25일과 12월26일 고충처리위원회에 진입도로 개설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1차 계약서에 따르면 이씨는 2002년 12월31일까지 잔금을 받을예정이며 자연히 소유권이 계약자에게 넘어가게 되는 데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쳐민원을 요구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4월19일 이기형.이기명.㈜소명산업개발 공동명의로 용인시에 실버타운사업추진에 관한 질의를 한 점도 2차 계약서상에 나타나 있는 `인허가 및 사업진행상 필요한 서류 등 적극 지원'의 차원을 넘는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1차 매매계약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김문수 위원장은 "용인시가 구성택지개발지구를 지정하면서 이씨 형제 땅의 윗부분은 산림녹지로 아래부분은 택지로 지정하면서 이씨 형제 땅은 개발가능한 자연녹지로 지정한 것도 의혹"이라며 "관련자료를 제출받아 의혹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주영 제1정조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전날 회견에서 `용인땅에 대한 인허가권은 한나라당 출신 용인시장이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도시계획결정은 민주당출신 시장 때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제3의 인물이 실버타운을 주도했다"는 소명산업개발 박모 전무의 언론인터뷰와 관련, 소명산업의 주주구성이 어떻게 이뤄졌는 지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소명산업개발 등기부에는 대표이사로 정모씨가, 이사로는 윤동혁씨의 딸(22)만이 등재돼 있다. 이에 대해 농협 수지지점장은 2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소명산업개발의 주주는4명"이라면서 "윤동혁씨와 대출을 주도한 박 전무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답변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