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크 아지즈 전(前) 이라크 부총리가 연합군에 자수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25일 밝혔다. 카타르 아스-살리야에 위치한 중부사령부 지휘부의 이본 럭손 대위는 "그가 밤사이 연합군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군이 지명수배한 이라크 지도부 55명중 지금까지 신병이 확보된 인물은 모두 1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앞서 데니 브로우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아지즈 전 부총리의 신병을 확보, 구금하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브로우즈 대변인은 "우리는 아지즈가 연합군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아지즈가 투항했다는 ABC방송 보도와 관련, "그가 자수했는지 아니면 검거됐는지를 알 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지즈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두 아들의 생사 및 대량살상무기의 은닉처에 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들로부터 아지즈 검거 여부를 묻는 질문 공세를 받고 미소를 지어보였으며, 영국 총리실은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반색했다. 아지즈는 지명수배 순위 43위에 올라 있는 인물로, 91년 걸프전 이후 12년 동안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대신해 유창하고 품위있는 영어로 전세계에 이라크의 입장을 설명, 국제사회에 유명해진 인물이다. 91년 이래 부총리로 재직한 그는 미국과 유엔의 비난이 제기될 때마다 이라크의 반박 입장을 발표했고, 가끔 프랑스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를 국제사회의 범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주도의 이번 이라크전 기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대신에 모하마드 사이드 알-사하프 공보장관이 국내외 언론과 수시로 회견을 갖고 이라크의 전쟁 승리를 장담했다. 바그다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두꺼운 안경과 군복을 즐겨 착용한 것이 인상적인 모습이었으며, 기독교도 가운데 가장 높은 직위까지 올라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라크가 이란과 힘겨루기를 하던 83년 외무장관에 임명된 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이 이라크를 지원토록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세에 비해 권한이 약했던 것은 그의 출신 배경 때문인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후세인의 핵심 측근 대다수가 티크리트 출신 이슬람교도인 데 반해 그는 36년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아시리아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후세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바트당에서 함께 비밀활동을 하던 50년대이고, 바트당이 권력을 장악하기 5년 전인 63년에는 당 공보 책임자로 일했으며, 70년대에는 공보장관에 임명됐다. 80년에는 여러 명이 숨진 자살폭탄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으나 팔이 부러지고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만 입고 목숨은 건졌다. (워싱턴.두바이.아스-살리야 AFP.A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