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4일 하이닉스반도체[00660]에대해 33%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판정 함에 따라 하이닉스의 D램 수출길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달초 미국 상무부 예비판정에서 57.37%의 상계관세 부과판정을 받은 하이닉스는 이번 유럽연합의 예비판정에 이어 대만과 일본의 경쟁업체들마저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여서 앞길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더욱 어려워진 D램 수출 = 하이닉스의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비중은 25%, 유럽은 10-15% 정도로 유럽지역 수출물량에 33%의 상계관세가 부과되면매달 90억원 가량의 예치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미국 상무부에서 부과한 57.37%의 상계관세에 따른 부담금을 월 290억원으로 계산할 때 하이닉스는 유럽과 미국수출에 매월 380억원 가량의 추가 예치금부담을 지게 된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D램 반도체업계에서 이같은 예치금 규모는 결코 적지않은 부담으로 수출경쟁력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해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운 하이닉스로선 경영정상화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오는 8월에 있을 최종판정 결과마저도 두자리 이상의 상계관세 부과가 확정될경우 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재정압박이 가속화되면서 채권단이 마련한 각종 회생방안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미국과 유럽수출 차질은 현물시장 물량폭증과 현물가격급락, 고정거래가 인하압박, 경영수지 악화로 이어져 부품 및 장비업체들에 대한 연쇄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닉스측이 미국과 유럽외에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릴 계획인데대만과 일본마저 시장봉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물량을 돌릴 대상도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향후 대응책은 = 현재까지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의 생산물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유진공장에서 생산되는 D램은 미국내에서도 상계관세를 피해갈 수 있을뿐 아니라 유럽지역에 대해서도 역시 관세부과 없이 D램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유진공장의 생산라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0.13마이크론 공정의프라임칩 생산량을 50% 가량 늘릴 계획인데 물량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회사 전체 생산비중의 절반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게 하이닉스측 설명이다. 하이닉스는 또 미국과 유럽의 유력 PC업체들의 동남아 현지법인에 D램을 수출,상계관세를 피하는 방법과 미국 및 유럽의 수출비중을 줄이고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수출판로를 개척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밖에 D램에 이어 플래시메모리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또 다른 수익원을 찾는방안도 ST마이크로와의 전략적제휴 등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이같은 피해 최소화 방안을 최대한 활용한다면미국과 유럽에 대한 직접 수출비중을 15%선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 경우 D램 수출시납부하는 예치금 규모도 최저 150억-200억원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는 앞으로 최종판정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조금 무혐의'를 입증하는데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최종판정에서도 보조금 지급이 인정될 경우 정부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보조금 판정은 미국에 이어 '하이닉스 죽이기'의 일환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돼 있는 만큼 생존을 위협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