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와 보스턴마라톤, 그리고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까지. `국민마라토너' 이봉주(33.삼성전자)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최근 몇해동안 기록보다는 주로 순위를 위해 뛰어왔다. 그러던 이봉주가 13일 `기록의 산실' 런던마라톤에서 순위가 아닌 자신의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3년만에 깬다는 것만 마음에 두고 레이스를 펼친다. 이 대회가 끝나면 이봉주는 다시 세계선수권과 아테네올림픽 등에서 순위를 먼저 생각해야 해 어쩌면 기록 경신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이번 대회를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대회지로 출국하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이봉주는 "이번이 한국기록 수립의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순위보다는 기록에 신경써 꼭 한국기록을 깨겠다"고 말했었다. 다행히 제반 조건은 이봉주의 기록 경신을 위해 최적이다. 우선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쿤밍에서의 고지대 훈련을 포함해 스피드 향상에 주력해와 효과를 본 이봉주는 지난 5일 현지에 도착해 적응 훈련을 착실히 소화했다. 그리고 이번주에 실시한 식이요법도 성공적으로 끝내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태에서 출발 총성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현지에서 오인환 감독이 전해왔다. 런던마라톤은 지난해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세계최고기록(2시간5분38초)을 작성하는 등 평탄한 코스로 정평이 나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수로 여겨지던 날씨도 이봉주의 기록 경신을 도와줄 것으로 보여 반갑다. 현지 기상 예보에 따르면 대회 출발시 기온이 10℃ 안팎인데다 적당히 구름도 있어 레이스를 펼치는데는 최적일 전망이다. 또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것도 이봉주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만들 요인이다. 이번 대회에는 2시간5분48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폴 터갓(케냐)을 비롯해 다니엘 젱가(2시간6분16초.케냐) 등 2시간6분대 기록의 선수만도 4명이나 포진해있어 레이스가 사상 유례없이 빠른 페이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기록상으로는 참가선수중 7위인 이봉주가 선두권에 끼여 종반까지만 발을 맞춘 다면 기록 경신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자부 못지않게 여자부 경기도 관심을 끈다.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2시간17분18초) 보유자인 폴라 래드클리프(영국)와 랭킹 2위 캐서린 은데레바(케냐)의 대결이 펼쳐져 일부 전문가들은 2시간15분대 진입까지 점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이날 경기는 MBC를 통해 오후 5시40분부터 생중계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