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바지 득표전이 치열하다. 확실한 선두주자가 드러나지 않아 유권자들의 관심도 그만큼 고조돼 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현재의 선거 판세로 볼 때 두 유력한 후보가 모두 법조인 출신이므로,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률가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당사에 유례 없는 거대 야당을 이끄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나 젊은 유권자들에게 상대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 모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판사 출신이다. 학창·청년시절 꿈을 법률가에 두고 공부했고,사회생활의 첫발과 중견을 판사나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 지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학력과 사회적 배경이 판이해 보이는 두 후보를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점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 법률가 중에서 한 명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처음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부수립 반세기,그동안 여러차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지만 당선자의 이력은 몇가지 공통점으로 요약돼 왔다. 독립운동가 출신의 초대 이승만 대통령 이후 직업군인(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과 직업정치인(김영삼 김대중) 순으로 권력을 잡았다. 이들에 비해 법률가는 통상 사회의 전문가 그룹에 먼저 손꼽히는 전문직업인이다. 법률가가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되면 행정이나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까. 아무래도 '법과 규칙대로'가 국정의 주요 슬로건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일반 행정은 물론 경제정책 금융감독 등 모든 행정도 지금까지보다 한층 엄격하게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실제로 그런 행정을 지향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법률가가 대통령인 시대에는 모쪼록 행정지도 창구지도란 미명하에 규정에도 없는 온갖 관 위주의 행정조치가 정리되고,국민(민원인)의 무조건적인 실력행사 또한 자제되는 진정한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일반 유권자나 각급 행정기관의 공무원들이 새겨볼 만한,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