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 경제정책이 시장자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재검토돼야 할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가 개혁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함으로써 과도한 개혁비용을 발생시키고 시장원리와 민간자율원칙을 경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사실상 기업규제개혁 부문의 '차기정부 정책과제'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주목된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개혁정책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신인도를 회복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 결과 시장원리와 민간자율의 원칙을 무시하고 기업가정신을 저하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주요 부문별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경제력 집중억제 전경련은 무엇보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기업을 포함해 계열사 자산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15%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을 초래하고 미래 핵심사업에 대한 적기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제도는 채권은행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신용공여 한도제'도 폐지하거나 신용공여 한도를 일본수준(40%)으로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은행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이 제도는 은행경영에 대한 자율성 침해 소지가 있는데다 동일인·동일계열에 대한 2중 규제라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또 5대 그룹의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 및 임원들이 은행 대표이사를 맡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라는 점에서 철폐하고 결합재무제표 제도는 연결재무제표로 바꿔야 한다고 요청했다. ◆기업지배구조 개편 전경련은 소수주주가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현행 집중투표제가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기업인수합병(M&A)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제도의 실시여부를 상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개별회사의 판단에 맡기고 공기업 민영화시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등의 경우에 대주주 의결권 행사한도를 3%로 제한한 것은 헌법상의 평등권(11조)과 재산권보장(23조) 조항에 위배되는 규제여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사외이사 자격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규제도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라는 점에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선임 의무규정도 기업자율에 맡겨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총수의 절반 이상,3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한 것은 획일적 규제인데다 경영의사결정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헌법상의 재산권보장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총수의 3분의1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한 것도 기업들이 '상근감사'와 '감사위원회'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경련은 촉구했다. 감사위원회가 감사권까지 보유함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결의·집행한 사안에 대해 자기가 감시하는 모순이 있는데다 미국의 경우에도 감사위원회는 회계감사권만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