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박스권을 헤매이고 있다. 상승세로 돌아선 20일 이동평균선이 강한 지지력을 형성하고 있지만 60일선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추세전환을 놓치면 어쩌나’하는 조바심과 ‘약세장 랠리의 끝자락을 잡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설정을 위한 탐색과정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심리나 수급여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 금리인하 이후 모멘텀 공백이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시선을 미국 금리인하가 결정되는 주중반 이후로 돌리고 위아래로 모두 열려있는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주도주 위주로 접근 종목을 슬림화하는 한편 단기 차익실현도 고려할 시점이다. ◆ 금리인하, 재료측면에서 접근 = 국내외 증시의 단기적인 관심이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와 폭에 쏠려 있다. 최근 뉴욕증시가 잇단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기대를 받아 상승세를 유지해 온 상황에서 ‘그린스팬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돼 있는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6일 현재 1.75% 수준인 기준금리 인하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가운데 동결과 0.50%포인트 인하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는 이러한 ‘빅 이벤트’를 하루 앞두고 관망세가 짙게 드리울 전망이다. 악재가 나오더라도 금리인하 기대를 담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방경직성을 지원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금리인하 이후 증시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있다. 금리인하 여부와 폭에 따라 갖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FOMC에서 0.25%포인트를 인하하고 오는 12월 FOMC에서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언급을 남기는 방안이 증시에 가장 우호적인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진작과 투자비용 절감 효과를 차지하고 0.25%포인트 가량의 금리인하는 현 증시가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인하 수준이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미국 금리인하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시장의 수급여건 변화에 따라 유동성 촉발이라는 호재와 재료노출이라는 악재,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으로 금리인하가 추가 상승을 지원할 수 있겠지만 경제지표 악화 등을 감안할 때 모멘텀 부재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동양투신운용 김희국 펀드매니저는 “금리인하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소비심리를 개선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기에 전망보다는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김무경 연구원은 “견조한 투자심리를 이끌어왔던 금리인하 기대감이라는 모멘텀이 소멸된 가운데 경제지표 악화추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심리 변화에 따른 장세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펀더멘털을 감안한 접근 = 이 같은 금리인하 기대를 받은 뉴욕증시 상승과 함께 최근 국내증시의 ‘가을랠리’를 주도한 다른 한 축인 반도체 현물가경의 상승 모멘텀 지속성 여부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삼성전자 강세가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다른 업종군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담스럽다. 반도체주는 공급부족과 일부 계절적인 PC수요 증가 등에 기인한 D램 가격 상승이라는 확실한 모멘텀을 갖고 있지만 확산보다는 집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주도주에서 주변주로 상승세가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반등의 가장 큰 한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에 이어 다시 36만원~38만원 사이에서 고점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며 반락했다. D램 가격은 이달 중순까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승 탄력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 강세가 전기전자 업종군 이외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삼성전자 말고는 돌파구가 없는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면서 “반도체 관련주도 가격부담을 보이고 있어 중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현 장세는 전 업종의 레벨업보다는 업종간 차별화가 진행될 전망이라며 사무용기기, 전자관 및 기타전자부품 등 경기 호황업종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같이 업황에 개선신호가 나고 있는 업종군 찾기에 주력하라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김윤정 연구원은 "아직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 아니고 최근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증시에서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업종 내에서 유망종목을 찾는 것이 유효한 대응전략"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선임연구원은 “최근 연장되고 있는 기술적 반등국면에서 전기전자, 자동차, 금융주 등 경기관련주 위주의 접근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철처하게 이들 업종 중심으로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