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강석주(姜錫柱) 외무부 부상이 지난 4일 평양을 방문중인 제임스 켈리 미국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언급하자 "더 강력한 것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미 양국간 현안은 대량파괴무기(WMD)로, 핵과 미사일이 최대 관심사였다. 핵 문제는 1993년 6.11 북미공동성명과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10.21)로 타결됐고, 미사일문제는 1998년께부터 현안으로 부각돼 이후 협상을 계속해 왔으며, 2000년말 클린턴행정부 말기때 사실상 극적 타결될 수 있었으나 부시행정부 출범으로 미뤄지고 있다. 그런데 강 부상이 핵 개발을 우려하는 켈리 차관보에게 "더 강력한 것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양국간 현안이 한 가지 추가된 셈이 됐다. 현재로서는 '더 강력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다만 미국이 그동안 우려해 온 탄저균 또는 천연두와 같은 생물무기 또는 화학무기일 것으로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측은 생화학무기 보유설에 대한 미국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북측이 언급한 '더 강력한 것'이 생화학무기라면 이는 핵 개발 프로그램 시인설보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생화학무기 외에 또 추정이 가능한 것은 레이저무기이다. 최근 3년간 북측은 미국의 레이저무기 개발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여왔으며, 특히 거의 실험 완료 단계에 와 있는 항공탑재레이저(ABL)에 대해 자주 거론해 왔다는점에서, 이에 대항하는 무기 체계를 개발했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역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대항하면서 정치외교적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무기였다는 사실은 북측이 미국의 레이저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신병기를 개발했다는 추론을 뒷받침한다. ABL은 미 국방부와 보잉, TWR 등이 거의 10년 전부터 추진해 온 것으로, 보잉747기를 개조한 대형 비행기 기두(機頭)에 강력한 레이저무기와 이를 조사(照射)할 수있는 광학 렌즈를 부착하고 목표물을 공격하는 신무기체계이다. 부시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재개 방침을 처음 천명한 날인 지난해 6월6일 미 공군은 의회에 ABL 기술 개발을 위한 1억5천300만 달러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당시 군사 전문가들은 레이저가 탑재된 보잉 747기는 목표물로부터 400㎞이내에위치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나 이라크를 상대로 유용하게 이용될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미 공군은 이미 2000년초부터 ABL 사용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40여차례 비행 실험을 통해 한반도 대기 상태를 측정했으며, 북한은 미국의 ABL 개발 움직임이 포착될 때마다 이를 강력히 비난해 왔다. 북한이 레이저무기를 개발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고 이를 밝힌 적도 없지만,그동안 레이저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공개한 레이저 기술은 고작 공작기계 가공에 필요한 레이저가공기와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 및 레이저수술칼 정도이나, 이런 미세 레이저를 증폭하는 기술을 개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한가지는 러시아 등 주변국으로부터 레이저무기 개발 기술을 지원받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이미 1999년부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물리적개념의 신병기'를 개발해야 함을 역설해 왔다. 이고리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그 해 12월9일 한 군사전문지와의 회견에서 "미국의 첨단 군사 기술을 상쇄시킬 `새 물리 원칙에 입각한 무기'를 개발해야한다"면서 "우리는 수 년내로 신무기를 실험할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한 과학적.기술적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