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CEO(최고경영자)가 늘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이야 늘상 있어온 것이긴 하지만 대기업 사장이라면 50대 후반이나 60대의 중후한 신사를 연상하던 습관은 이제 고쳐야할 것 같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불과한 "새파란(?)" 인물들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속속 꿰차면서 재계에 50년대생 CEO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연말 정기인사가 한차례 지나가면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짙어질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올해 LG-IBM에서 코오롱정보통신으로 자리를 옮긴 변보경 사장. 55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47세다. 업종 속성상 세대교체가 빠른 금융업종을 제외하곤 자산기준 20대 그룹내에서 가장 젊은 CEO로 손꼽힌다. 그룹의 정보통신 사업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이웅열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고 한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텍기술투자의 이전영(48)사장은 포스코 그룹의 최연소 CEO다. 서울공대를 나와 프랑스 뽕삐엔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땄으며 지난 97년 포항공대 연구처장을 맡고있던 중 포스코 그룹으로 옮겼다. 지난 3월에는 포스코의 신사업담당 상무를 맡아 바이오 IT(정보통신)등의 신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보수적 사풍을 갖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40대 사장을 배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사장은 "이왕 비즈니스 세계에 몸을 담은 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LG그룹에선 연초 LG전자에서 떨어져나온 LG엔시스의 박계현 사장(48)이 가장 젊다. 컴퓨터 도.소매와 금융자동화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 업체의 올해 예상매출은 3천억원 정도. 박사장 다음으론 52년생인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이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LG그룹의 핵심 전자부품의 경쟁력 향상을 리드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임형규(49)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 사장과 황창규(49)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똑같은 53년생으로 삼성의 대표적인 "젊은 피"다.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동기 동창이지만 삼성에 몸담게 된 배경은 서로 다르다. 삼성 공채 출신인 임 사장은 신기술 습득에 대한 집념이 워낙 강해 비메모리사업 강화전략의 적임자로 신임을 얻고 있다. 황 사장은 메사추세츠주립대 박사 출신으로 스탠포드연구원시절 인텔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다 이건희 회장의 인력유치계획에 따라 영입된 케이스. 현대차 그룹에서 가장 젊은 CEO는 52년생인 현대캐피탈의 이계안 회장(50). 현대자동차 사장 등을 거치면서 워낙 고속승진을 거듭한 덕분에 전문경영인 출신의 대기업 회장급 CEO로는 국내 최연소다. 계열사 사장단 중에는 김동진 현대차 사장-한규환 현대모비스 사장-정학진 로템(옛 철도차량) 사장 등이 50년생 동갑내기로 주력 회사들을 분할하고 있다. SK그룹은 49년생인 이승권 SK해운 사장을 필두로 48년생인 박주철 SK글로벌 사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53세지만 48세이던 지난 97년에 일찌감치 대표이사로 발탁된 인물. 탁월한 영어실력과 협상실력을 앞세워 까다로운 화주들의 요구를 무난하게 처리하면서 안팎에서 신망을 얻고 있다. 박 사장은 빠르고 실용적인 의사결정이 트레이드 마크. 종합상사에서 잔 뼈가 굵어 국제감각이 뛰어나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경영스타일을 갖고 있다. 49년생인 두산식품BG의 박성흠 사장은 두산그룹이 지난 2000년 제일제당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 박 사장은 취임후 종가집 김치를 회사의 대표적 브랜드로 육성하는데 앞장섰으며 실제로 미국 등지로의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최근 수해로 원재료값이 많이 올랐지만 "식생활 필수품"이라는 김치의 특성을 감안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 "균형감각"도 갖고 있다. 롯데 주력계열사 사장들 중에는 지난 98년부터 롯데쇼핑을 이끌고 있는 이인원 사장이 가장 젊다. 54세가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60대 사장들이 즐비한 롯데그룹에선 파격적으로 발탁된 케이스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법도 하지만 대중 앞에 거의 나서지 않고 묵묵히 조직을 관리하는 스타일이라는게 주위의 평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