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또 한반도횡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연결 프로그램을 비롯한 북-러간 경제 협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연해주(州) 정부 영빈관(돔 페레가보로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협 확대 방안과 한반도 상황 등 주요 현안을 논의,이같이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그동안 남북 관계 증진을위해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방침"이라며 "김 위원장도 우리의 이같은 노력을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과 나는 TKR-TSR 연결 계획을 다각적으로 협의했다"면서 "우리는 TKR-TSR 연결 사업 이외의 여러가지 공동 경제 프로젝트 추진 방안도 조율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에게 국제 정치.외교 무대에서의 러시아의 기본입장을 전달했다"면서 "김 위원장도 남북 대화 진전 상황을 나에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도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할 의사를 천명했다고강조했으나 기타 자세한 논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러가 한반도 상황 안정과 양국간 경제 협력 관계를 증진하자는데 기본적으로 입장을 접근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TKR-TSR 연결 프로젝트를 양국 모두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방안으로 보고 추진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빅토르 이바쉐프 하바로프스크주(州) 지사 등 극동 지역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극동 발전 대책 회의'에서 "우리가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면서 "사업 계획은 이미 존재하며,우리가 본격 나서면 사업은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며 TKR-TSR 연결 사업의 중요성을역설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TKR-TSR 연결 사업을 따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내가 김 위원장과 만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부터 1시간 5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만찬을 함께 하는 등 4시간여 동안의 시간을 함께 하며 주요현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블라디보스토크역(驛)에 도착,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지사와 유리 코필로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 등의 영접을 받고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종합 쇼핑센터 `이그나트'를 방문한데 이어 블라디보스토크 무역항에 들러 항만 시설을 돌아보고, 근처 `가반(항구)' 호텔에서 러시아 수행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쇼핑센터에서 김 위원장은 물건을 직접 사지는 않았으나 상품들을 돌아보며 가격을 물어보는 등 상점 운영 전반에 관심을 표시했으며, 도자기를 선물로 주고 러시아 정교회 성화인 `이콘'과 극동 천연 보석으로 만든 장식품을 증정받았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20-22일 하바로프스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례 등 극동 북부지역의 전투기 공장과 제약공장 등을 돌아보며 러시아 경제 개혁 조치 이후의 변화상을 직접 체험했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전 유리 코필로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주최하는 조찬에참석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오후 6시께 북-러 접경 도시 하산에 도착, 환송행사를 받은 뒤 7시 30분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