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는다. 양국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중국을 안다는 국내 전문가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 비즈니스 속성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년간 줄곧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뛴 사람이 있다면 그를 진정한 중국전문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포스코의 중국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김동진 베이징 사무소장(전무.56)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중국 베이징에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제1세대 중국 비즈니스맨. 수교 7년 전인 지난 85년부터 중국을 드나들었다. 덩샤오핑에게 포항제철을 소개한게 가장 인상에 남는단다. 한중 수교 10년을 맞는 김 전무의 감회는 남다르다. "불과 10년 전 적성 국가였던 중국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바뀌었습니다. '다이내믹 코리아'와 '역동적인 중국'의 결합이지요. 10년 후 양국 사이에는 '경제 국경'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수교가 이뤄지기 10여년 전부터 김 전무는 중국에 철강을 수출했다. 양국 정부의 묵인 하에 교역이 이뤄졌다. "수교 후 가장 현실적인 변화는 우리가 판 상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무역이 이뤄졌고,시장 개척이 시작된 겁니다." 김 전무는 "IMF 때가 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한다. 함께 뛰던 상사원들이 줄줄이 귀국 비행기를 탔다. 중국 파트너는 갑자기 신용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IMF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수출시장이 있었고, 중국 경제가 버텨줬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IMF 위기에 몰렸을 때 전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의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한중 경제에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김 전무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선진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지요. 이제 중국시장에서는 최고의 기술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중국은 또 WTO 가입을 계기로 덤핑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바로 한국입니다." WTO시대 중국 비즈니스는 인맥을 활용한 '맨투맨(man-to-man)' 방식에서 벗어나 법규와 제도를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는게 김 전무의 생각이다. 옆길을 찾기보다는 당당하게 정도를 걸으라는 충고다. 그는 또 통상전문가의 양성을 촉구했다. "정부나 기업에 미국 통상.법률 전문가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중국 통상전문가는 찾기 어렵습니다. 21세기 한중 경협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통상전문가 양성입니다." 한중 경제협력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발전이 더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