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가 자기회사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보증.서약토록 한 미국의 새 회계규정에 대해 독일정부가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서자 독일 대기업들도 앞다퉈 이에 동참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1일 이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주도록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요청하는 편지에 서명했다. 이어 고급 승용차 메이커 포르셰는 이 규정에 반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결정을 유보한다고 공식발표했다. 포르셰의 벤델린 비디킹 회장은 "CEO가 회계보고서에 서약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 회사의 만프레트 아야세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 때문에 SEC가 이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지켜본 후 NYSE 상장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증시에 이미 상장돼 있는 11개 독일회사는 이에 앞서 외국기업에까지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연명 편지를 SEC에 보냈다고 독일산업연맹이 밝혔다. 대형 보험회사 알리안츠와 제약회사 바이엘 등 이들 독일기업은 독일의 경영구조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의 규정이 적용되면 법적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독일 국내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기업은 보통 경영위원회와 감독위원회가 모든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경영위의 경우에도 구성원 개개인이 아닌 위원회 전체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독일정부는 미국이 외국기업에까지 자체규정을 적용할 권리는 없다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문제 규정이 시행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헤르타 도이블러 그멜린 독일 법무장관(여)은 프리츠 볼케스타인 EU 집행위원에게 편지를 보내 이 규정이 내주 시행에 들어간 후에도 반대의사를 견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멜린 장관은 추락한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하나 "그렇다고 미국내 입법의 파장이 국외에까지 미칠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 규정을 밀어붙인다면 다른 나라의 법적 기준을 인정하고 있는유럽의 감독관련 규정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 연례 회계보고서의 정확성을 보증하기 위해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연대서명을 의무화한 미국의 새 회계규정은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베를린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