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26일 제주 호텔신라에서 전경련 주최로 열린 "제주서머포럼"에서 자신들의 경제관과 경제정책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과의 차별화에,노 후보는 이 후보와의 차별화에 중점을 둬 대선 유세전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줬다. 두 후보는 이날 경제계 대표들에게 기업경영 환경과 관련한 경제관을 소상하게 밝혔다. ------------------------------------------------------------------------------ 이회창 후보는 "경제와 안보가 수많은 국정과제중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전제하고 "98년 하반기 이후 국정의 우선순위가 남북관계와 국내정치로 바뀌면서 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사라지니 구조조정 노력과 경쟁력 강화 노력도 사라지고 땜질식,단기 업적주의 정책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며 "땜질식 정책의 수단으로 관치경제가 강화되다 보니 구조조정의 호기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지칠줄 모르는 혁신만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이라며 "법과 원칙에 바탕을 둔 리더십으로 개인의 자유와 창의,활기찬 시장경제를 꽃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경제'를 만들어야=이 후보는 "경제의 희망찬 내일을 위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하는 경제에는 희망이 없다"며 "경제가 앞으로 나가려면 성장엔진이 튼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10년후의 우리 경제는 미래를 위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지난 몇년간 가장 부족했던게 바로 투자"라고 지적했다. 지난 70년대 후반 이후 97년까지 30%이상의 국내총투자율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98년 이후에는 20%대로 떨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도 투자가 우리 경제의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3만달러의 시대로 도약하려면 투자전략이 핵심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 만큼 규제를 혁파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신기업정책,신산업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자율이 강화돼야=이 후보는 "지난 4년반 동안 관치경제의 병은 깊어졌고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빅딜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관치경제의 잘못 때문에 국민이 엄청난 부담을 지고 경제는 소중한 투자기회를 잃고 있다"며 "관치경제의 피해규모를 따져보면 지금 국민을 분노케하는 권력형 부정부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법과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반드시 확립돼야 하고 자율과 책임,보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건전한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며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솔선수범해 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은 결코 급진적,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올바른 변화와 합리적인 개혁"이라며 "'개혁을 위한 개혁'의 무모한 실험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