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지난 5월 출판된 `콜롬비아의 딸 잉그리드 베탄쿠르'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잉그리드 베탄쿠르 전(前) 콜롬비아 대선 여성 후보의 생사가 납치된 지 5개월만에 확인됐다. 지난 2월 그를 납치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베탄쿠르 전 상원의원과 클라라 로하스 러닝메이트의 생존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카날 우노' TV 방송에 넘겨이를 방영되도록 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이 마피아에게서 마약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고발하는 등 평소 정부를 겨냥해 직설을 퍼붓는 `맹렬 여성의원'으로 잘 알려진 그는 희미하게 보이는 비디오 화면에서 군복 비슷한 복장을 한 채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8년 창당한 중도좌파 산소당 당수이기도 한 베탄쿠르 전 의원은 메모지를보면서 "국가가 나를 버리고 있다", "정글에서 내가 썩어 없어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등의 말로 콜롬비아 정부에 맹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납치된 후 "82일간 지독히도 외로운 세월을 보냈다"고 토로하면서 정부가평화협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옆에 앉은 로하스 씨는 매우 창백한모습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콜롬비아 정부가 평화협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음달 7일 취임하는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당선자도 대대적인 반군토벌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현 대통령은 이들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미끼'로지난 98년 11월 FARC에 산 비센테 델 카관, 라 마카레나, 메세타스 등 콜롬비아 내륙 지역을 비무장지대(safe haven)라는 이름 아래 넘겨주었다. 그러나 반군의 수중에 들어간 지역이 말이 중립지대 또는 비무장지대일 뿐 반군이 완전히 장악하면서 무기와 마약밀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납치극에 대한 협상장소로 이용되는 등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지난 2월 양측간 평화협상은 완전 결렬했다. 지난 5월 실시된 대선에 여성후보로 나섰던 베탄쿠르 전 의원은 반군과 평화협상이 결렬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정부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지 시장을 만나는등 유세활동을 벌인다며 비무장지대의 중심도시인 산 비센테 델 카관으로 들어간 끝에 결국 반군들에게 지난 2월23일 납치되기에 이르렀다. FARC는 베탄쿠르 전 의원을 비롯해 각료를 지낸 인사들과 주지사 등 여러명의정치권 인사를 볼모로 삼고, 체포된 FARC 조직원과 교환하자고 제의하고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는 반군 포로 교환과 관련한 어떠한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FARC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베탄쿠르 전 의원이 무슨피해를 볼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탄쿠르 전 의원은 교육장관과 유네스코 대사를 역임한 아버지와 미인대회 출신 유명인사로 상원의원까지 지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상류층 출신. 그러나 그는프랑스 외교관과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어머니인데도 고통을 받는 콜롬비아 국민을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 10년만에 이혼을 감수하고 정치인의 길을 걷게된다. 30대 중반이던 지난 94년 하원의원에 당선하면서 예사롭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주목을 받았으며, 98년에는 산소당을 창당하고 전국 최다득표로 상원의원 배지를 달았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보름간의 단식투쟁도 불사했던 베탄쿠르 전 의원은 국제무대에서 `콜롬비아의 비둘기' `미시즈 콜롬비아'로 불리며 국제앰네스티를비롯한 세계의 여러 시민, 인권단체들이 그의 석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