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an@suttong.co.kr 요즘 많은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능한 외국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한국축구가 4강 신화를 이룩한 터라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유능한 외국인을 고용했더라도 그들에게 맞는 토양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그들은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뿌리조차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여러 인종이 모인 기업의 토양이 토착 기업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은 10년간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면서 피부로 느껴온 터다. 실례를 든다면,필리핀 같이 더운 지방 사람들이 한국에서 근무할 경우 겨울용품 일체(외투 양복 부츠 등)를 회사에서 부담해 준다든가,해외 출장시 배우자(또는 애인)를 대동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출장을 마친 후엔 현지에 남아 휴가를 얻어 개인 일을 보는 직원들도 있다. 물론 사적인 경비는 개인이 지불한다지만 출장기간 동안의 호텔비라든가 별도의 항공료 등을 절감하려는 의도임을 우리는 잘 안다. 한 미국인 직원은 집들이 비용까지 회사에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유인즉 부서 단합을 위해 회식을 했으며,그 장소가 자기 집이었을 뿐이라는 논리였다. 하여간 상상하기 힘든 독특한 토양(문화)이 다국적 기업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그들을 고용할 경우 상호 갈등만 생길 뿐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히딩크 해외 원정 사건이다. 국가대표팀 해외 원정에 애인을 대동하고,원정 일정 후에도 현지에 남아 개인적으로 휴가를 즐긴 사건이다. 매스컴이 그냥 있을리 없다. 실로 거국적(?)인 비난을 쏟아 부었다. 아직도 토착적인 풍토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번 히딩크 사건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제2,제3의 히딩크를 찾고 있다. 그러나 모든 히딩크들이 다 4강 신화를 달성하리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이번 히딩크의 4강 신화는 문자 그대로 신화였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런 신화에 도취되지 말고 우리가 고용한 제2,제3의 히딩크가 애인과 함께 출장을 가고, 출장 후에 현지에 남아 휴가를 즐긴다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들과 어우러져 또 다른 4강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