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4천만이 붉은 악마가 될 때까지'라는 카피의 광고 하나가 TV에 등장했다.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과 광고대행사 TBWA코리아가 시작한 월드컵 응원광고 캠페인의 첫번째 작품.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했던 '4천만의 붉은 악마화'는 월드컵 기간에 꿈이 이뤄져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과 '오∼필승코리아'로 표출된 응원 함성이 한국팀의 선전에 힘입어 전국 방방곡곡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던 것이다. 월드컵은 지난달 30일로 막을 내렸지만 그 누구보다 큰 성취감으로 7월을 맞이한 광고인이 있다. SK텔레콤의 응원광고 캠페인을 총괄 기획한 TBWA코리아의 박준형 국장(39)이 그 주인공. 그는 월드컵 공식후원사들을 제치고 공식후원사가 아닌 SK텔레콤을 전국민적 응원 물결의 중심에 세웠다. "월드컵이란 단어는 물론 대표선수 얼굴이나 유니폼도 광고에 사용할 수 없는 입장이었죠.의지할 곳이라곤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와 국민들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국장은 지난해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광고주의 경쟁사이자 공식후원사인 KTF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무대밖(Off-Stage) 캠페인'.선수와 경기가 중심인 '그라운드 월드컵'에서 벗어나 관중(국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넌그라운드 월드컵'에 주목한 것이다. 붉은 악마를 중심 소재로 한 3막의 시나리오(Be The Reds Learn The Reds Do The Reds)도 이 무렵 얼개를 갖추게 됐다. 무대밖 광고 캠페인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영화배우 한석규가 등장한 '응원박수'편과 '응원가'편을 거치면서 놀라운 학습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붉은 악마 등 축구 마니아들에게만 친숙했던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과 '오 필승 코리아'가 국민들속에 부지불식간에 자리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광고에 나왔던 'Be The Reds' 티셔츠는 국민 패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태극기가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의 국기를 밀어내듯 등장했던 예선전 광고 3편은 이번 캠페인의 절정이었다. 박 국장은 "적극적으로 광고 제작에 참여해준 붉은악마 응원단이 이번 캠페인의 일등공신"이라며 "광고효과 측면에서도 대성공이었지만 무엇보다 국민적인 축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