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은 "인류 화합의 장"이었다. 승부를 뛰어 넘어 남녀노소,온 국민,세계인이 하나임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세계 축제의 무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비록 경기 결과는 터키의 승리로 끝났지만 월드컵의 피날레를 축제로 승화시킨 인류 화합의 장이었다는 평가다. 경기장 관람객과 시민들은 "태극전사"는 물론 터키팀 투혼에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 혈맹국의 우의를 다져 축제 한마당을 입증했다. 특히 경기가 끝난후 관중석 한편에서는 대형 터키 국기를 펼쳐 터키 선수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이 연출됐고 터키 선수들은 이 대형 국기앞에 나란히 서서 태극기를 흔들며 답례하는 흐뭇한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국팀을 이긴 상대팀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한국 국민들에 대해 터키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단체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 모습은 역대 월드컵에서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대항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경기에서도 양 국 선수들은 이전 경기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무리한 태클이나 몸싸움을 자제한채 오직 상대팀 골대에 골을 넣기위한 동작에만 열중했다. 승리를 위한 발짓과 손짓이었지만 승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기량으로 상대를 이기고자 하는 순수한 축구를 구사했다. 경기중 상대팀 선수가 넘어지면 손을 내밀어 주며 끌어주는 모습에 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월드컵 경기장 안팎에서도 터키 국기를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 모양을 얼굴에 그린 관람객들이 많아 승부 못지 않게 우애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 부회장 김종훈(23.대구카톨릭대 4년)씨는 "4강 진출 때 이미 한국과 터키는 승리한 것"이라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4년 뒤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두 팀이 나란히 4강 진출을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