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속에서 강철처럼 담금질된 한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리딩컴퍼니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더 이상 저가품을 '물량떼기' 식으로 쏟아내놓던 한국의 기업들이 아니다. 선진업체들과의 격차가 축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업종에서는 선진업체들을 추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매출규모와 순이익은 물론 제품의 질, 브랜드,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선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전자업종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시장의 쌍두마차로서 히트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선진국 업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간판기업. 지난해 전세계 IT(정보기술)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32조4천억원의 매출에 2조9천억원(약 22억달러)의 이익을 올려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세계 전자.IT 업체중에서 삼성전자는 이익규모로 GE(1백94억달러) IBM(1백14억달러) 노키아(33억달러) 다음 가는 수준이다.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과 인피니언이 각각 19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낸 것을 비롯해 휴대폰 업체인 에릭슨의 20억달러 적자 등 알만한 기업들은 대규모 적자로 곤욕을 치렀다. 특히 일본업체들의 경우 히다치와 마쓰시타가 지난사업연도 각각 4천8백억엔과 4천3백억엔의 적자를 내는 등 적자폭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렀다. 도시바 NEC 후지쯔도 2천억~3천억엔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가 겨우 1백53억엔의 흑자를 냈다. 반도체업계 최강자인 인텔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인 20억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흑자폭이 대폭 줄었다. LG전자도 지난해 가전 및 휴대폰 분야의 경쟁업체들이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16조6천억원과 7천9백억원의 이익을 냈다. 올해 에어컨 디지털TV 등을 앞세워 1조원의 이익에 도전하고 있다. 철강분야의 포스코도 원가경쟁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수익성, 경영능력, 제품 및 서비스품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1조원, 순이익은 8천2백억원(약 6조2천억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일본의 신일철과 NKK, 프랑스의 유지노 등 경쟁업체들은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신일철은 1조6천8백14억엔의 매출에 2백81억엔의 적자를, 유지노는 1백28억2천만달러의 매출에 6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NKK는 9천5백55억엔의 매출에 1백86억엔의 적자를 냈다. 아베드와 상해보강은 각각 2억2천만달러씩의 흑자를 내 적자대열에서 빠져 나왔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도 지난해 '세계 톱10'에 진입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모두 2백51만8천대를 생산해 피아트와 르노를 제치고 업계 9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각각 54억5천만달러와 20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조1천6백억원과 5천5백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회사측은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늘어난 데다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제값 받기가 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세계시장에서의 한국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