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26.인터밀란)는 역시 세계 최고의 저격수였다. 현란한 드리블과 순간적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문전으로 향하는 모습은 마치 먹이 사냥에 나선 맹수마냥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상대가 공격할 때는 센터서클 부근에서 느릿하게 어슬렁대다 자신에게 공이 연결되거나 공격이 시작될 때는 비호같은 몸놀림으로 수비벽을 허물었다. 대회가 시작되기전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않아 `호나우두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던 홈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꺼번에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첫 골은 어렵게 나왔다. 호나우두는 이날 경기시작하자 마자 2분만에 수비수 두명을 젖힌뒤 아크 정면에서 대포알 같은 첫 슈팅을 날렸다. 비록 크로스바를 훌쩍 넘긴 어이없는 슛이었지만 자신의 부활을 힘차게 알린 서곡이었다. 7분에는 히바우드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개인기로 4명을 뚫고 나가 골문 앞까지 질주하는 순발력을 보였으며 39분에는 골지역 왼쪽 좁은 공간에서 수비수 2명을 뒤로하고 공간을 만든뒤 정확하게 달려오는 히바우드에게 센터링하는 신기(神技)를 보이기도 했다. 숱하게 슈팅 기회를 노리던 호나우두에게 득점찬스가 주어진 것은 후반 4분. 호나우두는 아크 왼쪽에서 히바우두가 문전으로 올려 준 볼을 달려가 넘어지면서 왼발로 방향을 바꿔 원바운드로 슛, 뤼슈틔 레치베르가 철통같이 막아온 터키의 골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후반 20분 아크 정면에서 대포알 같은 왼발슈팅을 날린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8분뒤 루이장과 교체되기는 했지만 이날 호나우두의 플레이는 브라질의 우승가능성을 재확인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호나우두는 사실 이번 대회전까지 심한 마음고생을 했고 월드컵과도 인연이 없었다. 17살의 나이에 최연소로 출전한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호마리우, 베베토의 그늘에 가려 출전기회를 못잡았고 98년에는 각국의 악착같은 마크속에 4골로 간신히 이름값을 하다 결승전에서는 독감에 걸려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쳐 우승컵을 눈앞에서 날려버려야 했다. 게다가 대회가 끝난뒤에는 국민들의 질책속에 두차례에 걸쳐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당해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있었고 이번 대회 지역예선에서조차 뛰지 못해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확실히 부활했다. 그는 183cm, 77kg의 다부진 몸매로 탁월한 위치선정과 감각적인 슈팅, 예술에 가까운 드리블 능력으로 슈터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94년 3월 국제무대에 모습을 나타내 이번 대회전까지 A매치 57경기에 출전, 37골을 뽑았다. 16살의 나이에 크루제이루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650만달러에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에 입단, 2시즌동안 42골을 기록했다. 96년에는 무려 2천만달러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자리를 옮겨 96시즌에만 34골을 넣으면서 96년과 97년 연속으로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최연소의 나이에 수상하며 절정기를 구가했다. 97년 7월에는 5천500만달러라는 당시 최고의 몸값을 기록하며 명문 인터밀란으로 이적했다. 인터밀란에서는 연간 63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고 나이키 등 스폰서로부터 받는 부수입까지 더해 1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