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당시 군인들이 `적(敵) 사살경험'을위해 주민들을 총살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4.3희생자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재승)의 현장방문과 희생자 증언 청취 과정에서 김병석(73.북제주군 조천읍 함덕리)씨는 북촌리집단학살과 관련, 이같이 증언했다. 당시 제주도 경찰국 소속으로 대대장 임시 운전원으로 지원나갔던 김씨는 "한장교가 `군인들 대부분이 적 사살경험이 없다. 각 분대별로 주민들을 끌고 가 처형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이후 집단 학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참모회의가 대대장의 군용 짚차가 고장나 경찰에서 임시로 지원해준 앰뷸런스 안에서 이뤄졌고 앰뷸런스 운전자였던 나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회의내용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주민 700-800여명이 끌려와 8줄로 도열해 있었다"며 "3-4줄이 처형된 뒤 대대장이 주민들 `사상'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격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1949년 1월 17일 발생한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 사건은 군인들에 의해 300여명이 학살된 4.3 당시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례이다. (제주=연합뉴스) 홍동수기자 ds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