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자동차 2부제가 실시된 30일 서울 시민들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거는 기대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이날 서울시내에서는 끝자리가 짝수인 번호판을 단 차량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평소 출근길 차량으로 뒤엉키다시피했던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주요 한강대교 등 상습 정체구간들에서는 원활한 차량흐름이 이어졌다. 이는 짝.홀수제 운행을 위반할 경우,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차량2부제의 강제실시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겠다는 서울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경찰청 교통정보센터는 "평소 같으면 출근시간대인 7-8시에 서울시내 곳곳이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겠지만, 일부 구간은 차량속도가 시속 60㎞까지 이르는 등모든 구간에서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며 "특히 출근길 정체로 악명이 높던 동부 간선도로 경우도 숨통이 틔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각 구청 공무원들과 경찰은 이날 서울시내 곳곳에서 2부제 위반차량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으나 적발건수가 많지 않았으며 적발된 운전자들의 상당수도 짝.홀수제 운행을 모르고 나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구청 주차관리팀장 김영술씨는 "강남구청에서는 양재대로, 구룡터널 등 10개 지역에서 200여명의 구청, 동사무소 직원들이 단속을 실시했는데 아침 2시간동안 10건 가량의 위반차량이 적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교통과 관계자는 "오전 7시부터 단속에 들어갔지만 시민들의 적극적 협조로 위반 차량 단속실적은 미미한 상태"라며 "오전 9시까지 2시간동안 경찰, 공무원 1천240명이 단속에 나서 840건의 위반차량을 적발했고, 이중 296건은 2부제 실시를 모르고 집에서 나오다 걸려 계도해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시원스럽게 뚫린 도심 도로와는 대조적으로 지하철 역사 주변은 짝수 번호판 차량을 집에 놓아두고 지하철을 이용, 출근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다소 붐비는 모습이었다. 또 2부제 실시를 맞아, 짝수 번호판 자동차를 가진 시민들 대부분이 차량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서 아파트나 주택가 주차장에는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차량들이 들어차 있었으며 서울 도심에 위치한 회사 주차장에도 2부제에 대비, 전날 운전자들이 몰고가지 않은 `짝수 차량'들로 출근 시간전에 이미 붐볐다. `짝수 차량'을 모는 운전자들중 일부는 단속이 시작된 오전 7시가 되기전에 차량을 몰고 나오기도 했는데, 남모(30.회사원.경기도 남양주시)씨는 "어쩔수 없이 차량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앞당겨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인근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차량들로 붐벼 `상습 정체구간'인 동부간선도로 등 서울 외곽 간선도로는 출근길 정체가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빨리 시작됐으며 이중 상당수는 짝수 번호판을 가진 차량들이어서 이채를 띠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