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앞둔 공항처럼 국내 금융시장이 온통 분주함으로 부산하다. 5월말에 접어든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시장의 불안이 옮아오면서 상승탄력 없이 프로그램 매매에 연동되며 얇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외환시장은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분위기 속에서 월말 네고장세까지 맞은 가운데 정부의 직개입 경계감에 급등락하며 출렁이고 있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정부와 외환당국의 속내가 인지되면서 달러 하락·원화 강세가 부추겨지는 상황이 거듭되는 것도 요즈음이다. 주식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펀더멘털이 강한 것은 800선 바닥에 대한 하향 테스트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시장이 자고 일어나면 테러 위협부터 기업실적 악화까지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재료에 노출되면서 불안정성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어 국내적으로는 당분간 수급에 연동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더욱이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 안팎으로 누적된 상황에서 코스피200지수 변경과 6월물 선물옵션 트리플위칭데이가 임박, 매물 청산에 따른 단기 수급 악화가 예견되고 있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시장 불안과 환율 급등락에 따라 수출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다소 늦춰야 할 것 같다"며 "6월 선물옵션 만기일까지는 매수차익잔고 청산과정에서 800선지지 테스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4월 산업활동 견조, 내수 둔화 속 수출 증가 = 미국의 개인 소비나 소비자신뢰지수가 증가하긴 했으나 당초 기대치에 못미치면서 2/4분기 미국의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하향되고 있다. 반도체 D램 가격이 다시 개당 2달러 이하로 떨어질 상황에 몰려 있고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렸던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이제 투자등급 하향으로 발을 빼면서 기술주와 전통주가 혼조권에 상당 기간 머물 태세다. 국내에서도 일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최고가격을 제시했던 삼성증권이 최근 강력 매수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목표가격을 72만원에서 68만원으로 낮춘 것도 그같은 일례 중의 하나다. 전날 삼성전자 종가는 36만2,000원.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에 휘둘리며 전날보다 2% 가량 하락, 목표가와 괴리감이 커졌다. 그럼에도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재삼 확인되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에서 수출 증가가 확인된 바 있고, 4월중 수출이 14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뒤 5월에는 두자리수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 수출당국의 관측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4월중 산업활동에서도 이런 수출 회복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산업생산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수출과 설비투자, 기계류수입 등이 증가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4월중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비 7.3% 증가해 지난 2월 마이너스 2.7% 이래 두달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제조업 가동률은 77.6%로 지난 2000년 8월 80.3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수출 출하는 전년동월비 13.2% 증가, 넉달째 증가세를 지속했으며 지난 2001년 3월 12.1% 이래 13개월만에 두 자리수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 음향통신기기, 기계장비, 사무회계용기계 등의 수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4월중 설비투자 추계치도 2.1% 증가, 증가폭은 아직 크지 않지만 두달째 늘었다. 공공부문의 감소세로 국내 기계수주가 감소했으나 기계류 수입액이 무려 26.0%나 급증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물론 산업생산 증가율이나 소비부문이 2/4분기 들어 지난 1/4분기보다 증가율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 견인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이다. 산업생산은 전월비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3월 3.8%에서 4월에는 1.8% 증가로 둔화됐고 출하증가율도 0.1%밖에 안됐다. 소비부문의 대표적인 지표인 도소매판매가 전년동월비로는 7.7% 증가했으나 전월비로는 지난해 10월 이래 처음으로 0.4% 감소했다. 내수용 소비재출하 증가율이 내구재 소비 증가가 둔화되면서 지난 3월 12.5%에서 9.2%로 증가폭이 줄었다. 내구재소비는 지난 3월 32.2% 급증했다가 4월 9.2%로 크게 둔화됐다. 그럼에도 수출용원자재 수입이나 입이직비율, 재고순환지표 등의 강세로 경기선행지수는 4월중 147.9로 지난해 12월 140.5 이래 넉달째 증가세를 지속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0으로 100대에 올라서 있다. 삼성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신동석 연구위원은 "4월중 경기선행지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기회복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은 "내수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수출출하 증가율이 산업생산 증가율을 높이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2/4분기 이래 IT품목들의 비수기가 지나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