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은 쿠바 방문 이틀째인 13일 생물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연구시설을 방문하고 반체제인사를 접촉하는 등 본격적인 민간 외교활동을 벌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피델 카스트로 쿠바 혁명평의회 의장과 함께 아바나 근교의 유전공학.바이오기술센터(CIGB)를 방문, 쿠바가 생물무기를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연구시설을 3시간 동안 돌아본 후 워싱턴의 정보 전문가들에게 쿠바가 테러행위에 이용될 수 있는 정보를 수출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지를 물어봤으나 대답은 `아니오(No)'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존 볼튼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쿠바가 공격적 생물학전 연구.개발에 적어도 제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불량국가에 이런 기술을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자신의 쿠바 방문 직전에 이런 의혹을 제기한것은 이번 방문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쿠바측에 이런 의혹을불식시킬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루이시 에레라 CIGB 소장은 쿠바는 알제리와 브라질, 캐나다, 중국,이집트, 인도, 이란, 멕시코, 말레이시아에 바이오기술을 제공했다고 말했으나 리비아나 이라크와는 협력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CIGB는 1986년에 설립된 쿠바 최고 연구소로 연구원 300명 등 1천200여 명이 일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 20가지 이상의 신약을 내놓을 계획이다. CIGB는 이미 B형간염 백신을 시판했으며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백신도 개발중이다. 이에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쿠바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오스왈도 파야, 엘리자르도 산체스 산타 크루스와 아침을 함께 했다. 산체스 산타 크루스는 쿠바 인권.국민화해 위원회 대표이고 파야는 기독교자유운동 대표로 이들은 지난 10일 표현 및 집회의 자유와 기업활동 자유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탄원서인 `발레라 프로젝트'를 1만1천 명의 서명과 함께 의회에 제출했다. 발레라 프로젝트는 19세기에 쿠바 독립투쟁을 벌인 펠릭스 발레라 신부의 이름을 딴 것으로 쿠바 의회는 1만 명 이상이 서명한 국민투표 탄원서에 대해서는 심의를 거쳐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산체스 산타 크루스는 카터 전 대통령이 발레리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한 시간 동안 계속된 만남에서 자신과 파야가 쿠바 정치제도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치하하고 카스트로 정부와 대화할 것을 충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페 페레스 로크 쿠바 외무장관은 12일 발레라 프로젝트에 대해 "그문서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국 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수입품"이라고 주장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4일 대학생들과 만난 뒤 쿠바 국민을 상대로 TV와 라디오 생중계 연설을 하고 16일에는 쿠바 인권 및 종교단체 인사들과 만날 계획이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트 워치의 호세 미구엘 비반코 미국지부 사무총장은 "카터 전 대통령은 쿠바 국민에 대한 TV.라디오 연설에서 인권문제를 강력하게짚고 넘어가야한다"며 "연설에서 오스카 엘리아스, 프란치스코 차비아노 곤살렌스등 정치범을 거명함으로써 인권문제에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나.워싱턴 AP.AFP.dpa=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