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끝난 러시아 베링해 명태 민간쿼터 1차 입찰결과 전체 입찰 물량 19만1천t을 러시아 업체들이 독차지함에 따라 국내 명태 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베링해 명태 민간쿼터 입찰은 러시아 자국 어선들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한 뒤 남는 물량을 갖고 외국 어선들에게 입찰하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 어선들은 정부쿼터와 합작조업 물량 6만여t 외에는 베링해에서 명태잡이를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실시된 베링해 정부쿼터 입찰에서도 올해 물량으로 지난해보다 1만t 줄어든 2만5천t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국내 명태 수급 전망은 더욱 어둡다. ◇민간쿼터 왜 확보 못했나 = 정부는 작년 12월 한.러 어업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정부쿼터가 다소 줄었지만 민간쿼터를 전년도 수준으로 확보하고 러시아와 합작조업, 공동어로 사업을 벌이면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민간업체들이 16만5천t의 명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도입된 쿼터 입찰제에 러시아 어선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참여 자체를 거부했기때문이다. 결국 올해 러시아 어선들이 지난해와 달리 입찰에 몰려들자 쿼터는 모두 소진됐고 입어료도 지난해의 t당 108달러에서 113~133달러로 치솟았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올해 민간쿼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입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명태 총허용어획량(TAC)이 지난해 절반 수준인 93만t으로 줄었기 때문에 쿼터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민간업체 수입 물량을 갖고 수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TAC는 감소했더라도 입찰쿼터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정부는 안이한 예측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됐다. ◇수급대책 실효성 있나 = 정부는 민간업체의 수입 물량으로 명태 수급을 조절하고 수매비축용 농수산물 가격안정기금 중 일부를 수입비축 기금으로 전환해 직접수입 비축을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은 지난해 명태값이 대폭 오름세를 보이자 충분한 물량을 수입해 창고에 쌓아놓은 상태며, 수매비축용 기금을 수입비축용 기금으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명태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 업체들이 수입을 늘리더라도 담합해 방출을 조절하면 물량 수급에는 차질이 없더라도 명태 가격은 상당폭 오를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정부의 수매, 수입 비축 계획 물량은 모두 1만t으로 한해 명태 국내 수요가 40만t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국내 명태 소비자 가격은 2월말 현재 마리당 2천16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나 올랐다. ◇원양업계도 타격 불가피 = 현재 30여척이 넘는 명태잡이 트롤어선들은 올 한해 조업을 거의 할 수 없게 돼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전망이다. 정부는 어선 감척, 인도양 심해 어장 등 해외 어장 개발을 통해 어선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감척 규모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체어장 개발 역시 올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 최악의 경우 업체들의 줄도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