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스트레티지스트(시황분석가)인 A증권사의 ㄱ씨는 요즘 시장을 쳐다보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B증권사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곧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서만은 아니다. "리서치센터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B증권사 사장의 전략을 앞장서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스카웃에 관한한 전권을 부여받았다. "비용엔 신경쓰지않아도 된다"는 회사측 방침이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찾아다니며 "영입작업"을 하는 게 요즘 그의 일과다. 여의도 증권가에 리서치센터 강화 바람이 거세다. 매년 3월은 애널리스트나 스트레지스트의 연봉협상이 끝나는 시점이다. 회사를 옮기는 것도 3월말이면 마무리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다르다. 지수가 오르면서 시장 분위기가 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웬만한 애널리스트를 뺨칠 만큼 종목이나 시장분석 능력이 뛰어난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외국인의 투자규모도 늘어나 리서치기능을 강화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는 게 큰 요인이다. 게다가 인적 자원은 한정돼 있다.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는 일찌감치 점을 찍어야 영입이 가능하다. 최근 M사로 옮긴 한 스트레지스트는 작년 7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옮긴 사람들=미래에셋은 전략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전략센터실장으로 이종우 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을 지난달말 스카우트했다. 도이치증권 출신인 이태윤 애널리스트도 같은 배에 태웠다. 이 회사는 앞으로 4~5명을 추가 영입해 종목 및 시장분석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은 메리츠증권에서 일하던 이준용 연구원을 금융공학본부 시스템운용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대한투신증권은 올해초 리서치센터를 경제연구소로 확대 개편했다.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빈재익씨와 유타주립대를 나온 이준호 박사를 영입했다. 한빛증권은 신성호 전 대우증권 전문위원을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했으며 LG투자증권은 현대투신 출신의 박진 애널리스트를,하나증권은 한화증권 출신의 김영진 애널리스트 등을 스카우트했다. ◇주목되는 대형 증권사=애널리스트 이동시기가 연중무휴로 바뀌는 데는 대형 증권사의 움직임이 큰 작용을 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이남우 상무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자산운용을 직접 해보겠다는 게 이유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의도는 술렁이고 있다. 삼성이 거물급 전문인력을 찾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연쇄이동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증권 고위관계자는 "미국 워버그 등이 내놓는 한국시장 자료가 국내 증권사 자료보다 잘 먹힌다는 것은 참기 어렵다"며 "이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도록 리서치센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를위해 국내외 우수인력을 영입할 방침이다. 동원증권은 최근 별도 법인이었던 동원경제연구소를 본사 리서치센터로 바꿨다. "좀더 적극적인 분석으로 고객들에게 고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동원증권 관계자는 말했다. 우수한 인력을 보강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신한증권과 합병,새롭게 출범한 굿모닝증권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합병 증권사가 어떤 형태로 리서치센터를 운용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억대 연봉은 이제 흔한 일이 돼 버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력있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셈"이라며 "증권사간에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