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소재 분야에서는 연구 결과가 곧바로 실용화될 수 있습니다.특히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인 나노 분말은 그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파급 효과가 크다는 얘기지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재료연구센터장인 박종구 박사(44)는 "나노소재 기술은 나노 로봇처럼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실용화에 가장 가까이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가 바로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나노 소재는 전반적인 나노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국내 나노소재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나노소재 연구에 처음 뛰어든 것이 지난 93년. 올해로 꼭 10년째다. 그의 첫번째 과제는 나노 분말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노 분말은 나노소재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 실이 있어야 천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나노 분말이 있어야 다양한 용도에 맞는 나노 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박 박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98년 드디어 나노분말 합성에 성공했다. 나노분말 합성 연구 마지막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나노 분말을 만들기 위해 넣은 재료가 마지막 합성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발견했다. 나노분말 합성이 실패했다면 몰라도 재료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랜 분석 끝에 그 원인을 알아냈다. 나노 분말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미세하게 만들어져 관찰 장비가 나노 분말을 잡아내지 못했던 것. 결국 나노 분말을 덩어리로 뭉친 다음 이를 관찰,문제를 풀어냈다. 박 박사는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실리콘웨이퍼 표면을 깨끗하고 평평하게 다듬을 때 필요한 나노 분말을 개발하고 있다. 나무 표면을 손질하는 사포에 유리가루를 쓰는 것처럼 실리콘웨이퍼를 다듬을 때 미세한 나노 분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에 성공한 상태이며 실험실에서 시간당 1백g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3년 안에 상업화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박 박사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마이크로전자소자용 전극재료(나노 금속분말)다. 나노 금속분말은 칩에 들어가는 회로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다. 칩이 극히 작아지면서 그곳에 들어가는 회로가 작아지고 있다. 따라서 나노 금속분말을 사용해 회로를 만들면 초소형 고용량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경북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84년 KIST에 들어가 분말 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