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환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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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리스본에서 열린 제34차 WMA(세계의사회) 총회는 '환자의 권리에 대한 선언'을 채택했다.
내용은 '환자는 의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의료행위를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의료상의 사실과 개인적 사항에 대한 비밀준수를 기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 등이었다.
국내에서도 93년 연세의료원을 시작으로 여러 병원에서 '환자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어구는 다소 차이 나지만 골자는 리스본 선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권리를 내세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간기능 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의사가 바쁘다며 안 알려주는 거예요.
세시간을 가슴 졸이다 용기를 내 붙들고 물었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괜찮다'는 거예요. 30초면 되는 걸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걸 생각하니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요"
국내 환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의료진의 설명 부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예거니와 실제 의사로부터 환자의 상태에 대한 상세한 얘기를 듣기는 쉽지 않다.
검사과정은 물론 수술과 각종 치료법에 대한 안내도 받기 어렵다.
물어도 제대로 대꾸조차 하지 않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당황하게 만든다.
아프면 어떻게 해서든 아는 사람이 있는 병원을 찾는 것도 '최소한 설명이라도 자세히 들을 수 있겠지'하는 기대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에 '고지동의(告知同意ㆍinformed consent)' 절차가 있지만 형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미국의 로젠펠드 박사(뉴욕병원 코넬메디컬센터ㆍ내과)가 '환자에게 힘을'이라는 책에서 환자의 권리를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건강과 행복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만큼 의사및 병원의 실적을 알고 다른 의사의 조언을 구하는 권리까지 적극 행사하라는 얘기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자가 권리를 주장할수 있으려면 의사와 환자가 시혜자와 수혜자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
국내의 환자 권리장전이 선언적 문구에 그치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