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가사노동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했다. 가계를 시장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는 '소비의 장소'로 보던 전통적 개념 대신 '서비스 생산자'로 파악, 연간 부가가치를 환산한 것이다. 여성부가 이화여대에 의뢰, 도출한 '무보수 가사노동 위성계정'(Satellite Account of Unpaid Household Labor)이라는 개념틀은 국민계정의 틀을 이용해 무보수 가사노동의 생산과정과 산출액을 파악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 나라 가정이 생산하는 무보수 가사노동의 총 부가가치는 143조-169조원에 달한다. 이는 1999년말 국내총생산(GDP) 규모인 477조원의 30-35.4%에달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국민계정체계(SNA. System of National Accounts)는 무보수 가사노동과 자원봉사활동, 교육을 위한 시간투자 등의 활동은 생산개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가계를 단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가계구성원이 소비하는 곳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밥을 지을 때 시장에서 구입한 쌀 뿐 아니라 주부의 노동력과 밥솥도 투입된다. 기존 SNA에서는 밥솥과 같은 내구재의 구입은 투자가 아닌 소비로 파악, 이를 부가가치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위성계정은 가사노동이 가계구성원 자신의 소비를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생산하는 무보수 노동이며 이것이 시장에서 구매된 소비재와 결합, 가계생산의 부가가치를 획득함을 보여준다. 위성계정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생산과정에 포함된 소비자 내구재 역시 일반적인자본소비의 개념이 아니라 노동가치를 높여주기 위한 투자인 것이다. 정부가 일부 선진국(미국, 호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에서만 개발된 위성계정을 추산함으로써 가사노동은 일단 경제적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시 말해 가사노동의 가치가 향후 부부의 재산분할, 사보험, 국민연금 등의 측정과 관련한 객관적 주요 변수로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맞벌이 가계와 편모.편부 가계, 무자녀 부부.노인 가계 등에 대한 지원규모 산정의 기준으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여성부는 "위성계정으로 누락된 가계생산물을 측정함으로써 실질 경제성장의 파악이 용이해졌을 뿐 아니라 여성의 지위개선과 노동의 성평등을 위한 기초자료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