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프라이빗 뱅킹) 영업이 최근 은행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PB 마케팅은 은행 수익성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은행마다 부쩍 강화하는 추세다. ''알짜배기'' 손님 1명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불특정 고객 여러명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 한빛 조흥 등 대부분 은행들이 PB 전담조직을 보강하고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은 PB 영업의 ''원조''로 불린다. 하나은행 PB 영업은 다른 은행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지 오래다. 지난 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했다가 91년 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은 단자사로 영업을 시작한 덕분에 고액 자산가들과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94년부터는 VIP 프로그램을 도입, 본격적인 PB 영업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80여명의 직원을 PB(프라이빗 뱅커)로 발령내고 고액 자산가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PB 1인당 평균 1백50~2백명의 고객을 상대로 1천5백억원 이상의 자산을 돌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PB 영업만 전담하는 15개 PB센터와 일반 영업점 내에 별도로 설치한 50개 PB 영업점을 갖추고 있다. 하나은행 PB의 하루 =하나은행 선릉역지점의 류남현 PB는 아침 8시 자신의 컴퓨터를 켜면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모니터에는 그날 만나야 할 고객의 명단과 주요 일정이 뜬다. 고객의 이름을 클릭하면 지난번 만났을 때 나눈 대화내용과 부탁받았던 사항들, 오늘 질문해야 할 내용 등이 즉시 뜬다. 고객별로 가입 상품의 만기가 언제 돌아오는지, 어떤 신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좋을지 등 영업 포인트도 상세하게 적혀 있다. 본점에서 매일 보내오는 투자가이드를 읽어보면서 경제동향을 점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류 PB는 오전에 지점을 찾은 고객과 상담을 끝내고 나면 오후에는 기존 고객으로부터 소개받은 신규고객을 만나러 외출한다. 오후 6시쯤 지점으로 돌아오면 그날 만났던 고객과의 대화내용과 요구조건 등을 일일이 PB 전용 단말기에 입력한다. 고객별로 상세하게 정리된 정보는 담당 PB와 본점의 PB지원팀장 외에는 절대 열람할 수 없도록 보안이 유지된다. 류 PB는 몇일 전 새로 선보인 간접상품을 어떤 고객들에게 권유할지 평소 고객의 투자성향별로 미리 분류하는 작업도 해 둔다. 증권 부동산 등 타 업종 전문가들과 전화로 최근 동향을 들어보고 정보를 교환하고 나면 퇴근시간은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다. 류 PB는 7년째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하나은행 본점 영업1부의 백미경 PB는 최근 한 고객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내용이었다. 백 PB는 즉시 장의사를 예약하고 각종 장의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줬다. 장례가 끝난 후에는 세무사와 함께 고객의 상속문제를 모두 해결해 줬다. "아버지 부음 소식에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이 평소 자신의 돈을 관리해 주던 은행 직원이었다"는 고객의 말에 백 PB는 뿌듯함을 느꼈다. 하나은행 PB 영업이 강한 이유 =최근 1~2년 사이 하나은행 PB 50여명이 다른 은행, 외국계 은행, 증권사, 투신사 등으로 스카우트돼 갔다. 하나은행 PB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김희철 하나은행 PB지원팀장은 "금융 주식 부동산 세무 등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우수한 PB들과 고객별로 분류된 풍부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영업전략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소개했다. 하나은행은 행내 공모를 통해 PB를 선발한다. 영업점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6~7년차 대리급이 대상이다. PB로 일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각종 금융 자격증을 따 두는 등 미리 준비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PB로 선발되면 증권 부동산 등 금융 관련 교육을 수시로 받는다. 테이블 매너, 미술품을 보는 안목 등 각종 교양교육도 필수다. "몇마디만 대화를 나눠 보면 담당 PB의 수준을 금방 알아낼 정도로 고객의 수준이 높아졌다"며 "최신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만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PB별로 자신만의 특화 분야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주식 부동산 세무 등 전문 분야를 하나씩 갖춘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상가 임야 등으로 PB별로 전문 분야를 세분화해 타 은행 PB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웰스 매니지먼트(자산관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나은행은 증권 투신운용 보험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과 연계,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고객자산관리본부를 신설, 오는 2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김준호 고객자산관리본부장은 "5억원 이상을 맡긴 고액 자산가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퇴직후까지 일생동안 자산관리를 책임지는 영업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