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엔저현상 이후 아직 수출가격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마케팅공세에 들어감에 따라 우리 수출환경이 악화될 전망이다. 또 우리 기업의 동남아와 일본에 대한 수출이 일부 품목에서 엔저의 직접적인영향권에 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산업자원부와 KOTRA는 `엔저에 따른 지역별 수출여건 변화동향'' 분석을 통해 "전반적으로 일본 기업이 선진국시장에서는 아직 수출가격을 내리지 않아 우리제품이 가격경쟁력에서는 열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수익성 회복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어려움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동남아시장은 엔저 영향권= 엔화결제 비중이 47%에 달하는 동남아시장에서는 엔저가 바로 수출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한.일 양국 제품의 가격차가 줄어들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에서는 수출가격이 엔화 단위인 반도체, 철강, 농산물 등의 경우 원화의 상대적 평가절상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로 대일 수출을 포기하거나 제3국으로수출선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 달러로 결제되는 기계류와 가전제품 등도 채산성이 유지되던 과거와는 달리일본제품에 비해 가격이 10% 가량 올라 수출가격 인하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아직 가격면에서 타격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 기업이광고 등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동구 및 러시아, 중동지역에서는 가격이나 구매량, 거래선이 바뀔 정도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 영향 엇갈려= 품목별로는 기계류의 경우 주요 수출대상국이 중국, 미국, 일본, 동남아 등이어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실제 주재상사들은 1년전에 비해 일본산 제품과의 가격차이가 5% 가량 좁혀진것으로 체감하고 있는데다 AS체제가 미흡한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산에 비해 5∼15%낮은 가격이 유지돼야 하는 만큼 엔저가 장기화되면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용전자의 경우 일본 업체들이 경쟁이 심한 일부 품목의 수출가격을 의도적으로 내리고 중저가제품을 수출하는 경쟁국에 대해서는 동남아 현지공장의 생산품을수출, 고가에서 저가품까지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전제품은 아직 영향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기업의 해외생산기지에 대한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및 자재 공급가격이 떨어지면서 시차를 두고 해외생산거점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일본 가전시장에서는 TV를 비롯한 대부분 제품이 달러당 130엔대를 밑도는 환율에서는 마진 확보가 어려운 상태이며, 실제 일본 수입선들은 AV기기에 대해일본산에 비해 20∼30%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에서는 영향이 거의 없는 반면 미국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차종에 따라 리베이트 금액을 높이거나 인센티브 제공, 광고 및 판촉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 우리 업체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섬유와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등은 영향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상황은 크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달러당 130엔을 밑도는 엔저가 지속될 경우 실질적인 엔저효과는 보통 6개월 정도의 시간차를두고 나타난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